門 잠그는 ‘이민자의 나라’ 美… 불법체류자들 추방공포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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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즉시 장벽 공사 착수할 것”… 불법이민자 보호땐 재정지원 끊어
멕시코 대통령 “비용 부담 안할것”… 정상회담 취소검토 등 강력 반발
7개 무슬림國 비자발급 일시 중단… 한인 유학생들도 불안감 커져

 이민자를 활발하게 받아 ‘아메리칸드림’ 신화를 이뤘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강경한 이민 억제 정책으로 국경을 닫아걸고 있다. 추방 공포에 휩싸인 불법 체류자는 물론이고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을 기다리던 유학생들도 불안감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국토안보부를 방문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 3144km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에 있는 ‘이민자 보호도시’에 대해 재정 지원을 끊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시 장벽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재정을 들여 장벽 공사를 시작한 뒤 멕시코에 비용을 요구할 계획이다.

 멕시코는 즉각 반발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현지 TV방송 연설에서 “미국의 결정은 유감이며 규탄한다. 우리는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이달 31일로 예정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가치가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오마르 재드왓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국장은 “장벽 건설은 인종에 대한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됐다. 연약한 이민자를 보호하던 미국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국경 통제의 타깃은 멕시코뿐만이 아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 따르면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무슬림이 다수인 7개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이 최소 30일간 중단된다.

 미국의 불법 체류자 추방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할 것은 약 200만 명, 심지어 300만 명에 달할 수 있는 범죄자, 범죄기록 보유자, 범죄집단 조직원, 마약거래상을 이 나라에서 내쫓거나 감옥에 보내는 것이다. 미국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그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약 23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한국인 불법 체류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은 “비자 기한이 만료된 미등록(undocumented) 거주자 등 신분이 불분명한 교포가 많아 미 행정부 발표를 주시하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유학생과 전문직 종사자들도 불안감이 커졌다. 미 정부가 전문직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H-1B) 규모가 줄고 심사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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