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어 브라질까지… 지구촌 번지는 ‘트럼프 막말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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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보수우파 볼소나루 의원… “난민들은 쓰레기” 혐오감 드러내
과거 군부독재정권은 옹호… 자극적 발언으로 지지층 늘려

“쓰레기가 브라질에 들어오려고 한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난민들을 향해 이런 막말을 퍼부은 보수 성향의 브라질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자이르 볼소나루 사회기독당 의원(61·사진)이다. 유독 여성과 동성애자, 이민자를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그는 브라질 부유층과 지식인층에서 인기가 높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로 확정적인 도널드 트럼프(70), 9일 필리핀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야당 후보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71)에 이어 승승장구하는 막말 정치인 계보를 잇고 있는 것이다. 자극적이며 조롱 섞인 말과 거침없는 표현에 열광하는 ‘트럼프 신드롬’이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안 전체 표결을 나흘 앞둔 7일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볼소나루 의원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막말을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우며 2018년 브라질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군인 출신인 그는 험한 입으로 여러 번 구설에 올랐다. 2년 전 군부정권 시절의 성폭행 사건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될 당시 여성의원 마리아 두 로자리우에게 “당신이 예전에 날 성폭행범이라고 했지? 당신은 손댈 가치도 없는 여자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10년 전 의원 휴게실에서 그녀와 말다툼을 벌이다 “더러운 여자”라며 몸을 밀쳤다가 “야, 이 성폭행범아”라는 욕을 들었던 기억을 끄집어낸 것이다.

동성애와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도 숨기지 않는다. 자녀가 5명인 그는 “내 아들이 게이(남성 동성애자)라면 그 애를 절대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그놈은 밖에 나가 죽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인근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선 “그 나라 여자들은 씻지도 않고 몸을 판다. 우리나라에 병균을 가지고 올 사람들”이라고 혀를 찼다.

하지만 브라질의 군부독재에 대해선 관대하다. 1964∼1985년 군사독재정권 시절 지금의 호세프 대통령 등 반(反)체제 인사들에게 살인과 강간, 고문을 일삼은 군부 핵심 인사들을 치켜세운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1970년대 군사정권의 정점에 있던 에밀리우 가라스타주 메디시 장군을 꼽는다.

그는 지난달 7, 8일 성인 남녀 2779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8%로 4위를 차지했다.

한편 필리핀 방송 ABS-CBN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야당 PDP라반의 후보인 두테르테 시장이 1045만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무소속의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47·여)은 595만 표, 집권 자유당(LP)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58)은 580만 표를 얻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징벌자’로 불리는 두테르테 시장은 6개월 안에 범죄자의 씨를 말리고 부패를 청산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필리핀의 민심을 자극했다.

검사 출신인 두테르테 시장은 “마약밀매자나 강도들은 필리핀을 떠나는 게 게 좋을 거다. 왜냐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죽일 거니까” 등 험악한 말을 쏟아냈지만 범죄에 이골이 난 필리핀 국민들은 오히려 환호했다. 현지 언론은 “기존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과 무기력감이 표출된 결과”라며 “강한 어조로 자국민 보호를 약속하는 후보에게 표심이 쏠렸다”고 분석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1973년 항공사 승무원이던 엘리자베스 아벨라나 지머먼과 결혼했고 27년 만인 2000년 이혼했다. 이들 사이에는 세 아이가 있다. 이혼 후 두테르테 시장은 결혼과 가족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오랜 흡연 습관으로 혈관이 폐쇄되는 버거병(폐쇄성 혈전혈관염)을 앓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리핀 경찰은 선거를 둘러싼 총기 사용 등 각종 범죄로 최소 15명이 사망했으며, 4000여 명이 총기 관련 규제를 어겨 적발됐다고 전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황인찬 기자
#필리핀#브라질#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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