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시위’ 日의회서 증언한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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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조센진 죽이자’ 외치며 쳐들어와…日경관이 호위하는 것 보고 더 충격받아”

“대낮에 재일동포 할머니, 학생 앞에서 ‘바퀴벌레 조센진(한국인을 낮춰 부르는 말)을 퇴치하자’, ‘구더기 조센진을 내쫓자’라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허용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가나가와(神奈川) 현 가와사키(川崎) 시 ‘후레아이칸(ふれあい館)’에서 최근 만난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 씨(43·사진)는 “지금도 시위대와 대치했던 건널목에 서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눈가를 훔쳤다.

후레아이칸은 ‘마음이 통하는 장소’라는 뜻으로 재일 인권운동가 고(故) 이인하 목사가 주도해 1988년에 만든 다문화 복지시설이다. 직원인 최 씨는 시위대가 지난해 11월과 올 1월 코리아타운에 진입하려 할 때 온몸으로 막았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3월 22일 일본 국회에서 증언했다.

수도권 공업도시인 가와사키 시에서 혐한시위가 시작된 것은 2013년이다. 식민지 시절 한반도에서 건너온 이들이 자리 잡은 코리아타운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도 지역 주민의 20%가 한국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다.

최 씨는 “시위를 역 근처에서 할 때는 피해 다녔지만 지난해 11월 시위대가 코리아타운 진입을 시도하면서 피할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도쿄(東京)의 한류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 대신 가와사키 코리아타운이 우익들의 새 타깃이 된 것이다.

시위대의 언동은 상상을 초월했다. “한국은 적국이다”, “조센진을 죽이자”는 말을 면전에서 서슴지 않았다. 재일동포 할머니들은 “내 인생을 모두 부정당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 씨는 “악몽 같던 시간”이라고 몸서리를 쳤다.

15명 남짓한 시위대는 경찰 수백 명과 함께 코리아타운 입구에 도착했다. 이들에 반대하는 ‘카운터 시위대’와 주민 150여 명이 막아섰고 혼란 끝에 시위대는 진로를 바꿨다. 올 1월에는 시위대 60여 명이 다시 진입을 시도했고 주민과 카운터 시위대가 팔짱을 끼고 길에 누워 막았다. 재일동포 학생들은 ‘정의의 편’이라 생각했던 경찰이 시위대를 호위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재일동포들은 시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근거 법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최 씨 등은 단체를 조직하고 서명을 받으며 발로 뛰었고 그 덕분에 혐한시위는 일본 사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의원들이 가와사키를 방문했고, 여야는 이달 중 국회에서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 금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헤이트스피치가 ‘불법’이라거나 이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고 처벌 규정도 마련하지 않았다.

가와사키=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혐한#재일동포#조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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