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5달러로”… 美 캘리포니아의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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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50% 인상” 발표… WSJ “노동시장의 역사적 실험”
“불평등 완화” “일자리 감소” 논란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28일 “주 법정 최저임금을 시간당 10달러(약 1만1700원)에서 2022년까지 15달러(약 1만7550원)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애틀, 시카고 같은 주요 도시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됐고 뉴욕도 주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 15달러’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상징성은 다르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약 3768만 명으로 50개 주 중 가장 많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글로벌 기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부터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농업지대까지 1∼3차 산업이 모두 모여 있는 독특한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가늠할 가장 큰 실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일자리 50만 개가 사라질 것”이란 의회보고서가 나오면서 동력을 잃었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민주당에선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뜨거운 이슈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저임금 15달러’를 공약으로 내세워 젊은이들이 환호했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2달러를 제시했다.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15달러’는 캘리포니아 저임금 노동자 약 500만 명에게 연간 4000달러(약 468만 원)의 임금인상 효과를 주겠지만 동시에 인건비 부담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이나 일자리 감소’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연방 최저임금은 미 국민 중간소득의 40% 선이지만 캘리포니아의 15달러는 주 중간소득의 60% 수준이다. 이는 세계 최고의 최저임금을 자랑하는 프랑스 호주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WSJ는 전했다. NYT는 “최저임금이 중간소득의 60%가 넘으면 일자리 감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70%가 넘으면 노동시장에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데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동의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불평등에 분노하는 민심에 화답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조치”라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소비자가격이 오르겠지만 늘어난 구매력이 이를 감당해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임금 정체와 그에 따른 불평등 심화, 경기 침체에 대한 경제적 처방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지난해 최저임금(시간당 8.5유로·약 1만1050원)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일본은 최저임금 3% 인상 방침을 밝혔다. 영국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연평균 6.25%씩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기존 인상폭(연평균 2.1%)의 3배에 가깝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최저임금#캘리포니아#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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