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速성장’ 선언한 중국, 공격적 中華主義 우려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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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5일 시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보고를 통해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中速)성장 시대’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치인 경제성장률 6.9%를 기록하며 7% 이상의 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 시대’의 막을 내렸다. 중국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을 6.5%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전망이 어둡다. 이미 올해 성장률은 6.5%보다 낮은 6.3%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시진핑 주석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되는 것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이 개혁 개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던 기반은 고도성장이다. 성장 둔화는 국민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에 중국 지도부가 대응할 필요가 커진 셈이다.

시 주석이 취임을 전후해 보시라이 충칭 시 서기를 부패 혐의로 척결한 이후 반(反)부패 투쟁은 그가 정치적 라이벌을 통제하고 권력을 강화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중국 언론은 최근 시 주석을 후진타오 전 주석 시대의 집단지도 체제 때 사라진 ‘핵심’이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국인대와 이틀 앞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개인숭배의 조짐마저 엿보인다. 서방 언론에서는 시 주석이 독재 권력을 휘두른 마오쩌둥을 닮아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연계된 1인 체제 강화는 한국에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외교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던 중국 경제의 하락세는 전 세계의 경기 둔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 인접국인 한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중국발 수요 감소는 미국발 수요 감소보다 한국에 5배 가까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군사·외교적으로 성장 둔화와 1인 체제 강화에 따른 불만을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국수주의(國粹主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미국과의 신형대국 관계를 외치며 센카쿠 열도, 난사 군도, 시사 군도에서 인접국과 갈등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의 군사적 균형에 민감한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이 동참한 유엔 대북 제재의 실효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우리도 중국의 변화에 대응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을 위한 다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중국#중국 경제#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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