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사건 한국인, 혐의 인정했다 부인했다 ‘오락가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17시 32분


지난 달 23일 일본 도쿄(東京)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모 씨(27)가 일본 경시청 조사에서 일시적으로 혐의를 인정했다가 부인하는 등 오락가락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NHK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전 씨가 전날 조사에서는 ‘두 차례 신사를 찾았으며 23일 폭발물을 설치했다’ 진술했으나 10일 오전 조사에서는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한 뒤 일본 경시청 조사 결과 전 씨가 야스쿠니 신사 남문 화장실에 들른 것은 사실상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화장실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와 전 씨가 묵었던 호텔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전 씨가 첫 일본 방문이었음에도 2박3일 동안 신사 주변만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심스러운 행적을 보도했다.

일본 경찰은 전 씨가 일본에 머문 지난 달 21~23일 폭발물 부품을 구입한 행적을 쫓고 있지만 아직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은 “부품구입 행적을 찾기위해 한국에 직접 일본인 수사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인터넷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부품을 산 흔적이 나오거나 거주지 등에서 관련 물품이 발견되면 유력한 증거가 된다.

일본 경찰은 또 현장에서 발견된 화약이 담겼던 20cm 가량의 금속 파이프 4개를 폭발물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감정도 진행하고 있다. 파이프가 폭발물로 인정되고 전 씨와의 연관성이 드러나면 ‘폭박물단속벌칙’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전씨는 건조물 침입 혐의로만 조사를 받고 있다. 전 씨의 휴대전화도 압수되어 분석에 착수된 상태이다.

한편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전 씨의) 신원과 얼굴 사진, 이름이 공개되는 등(의 행태)에 대해 오늘 아침 외교채널로 일본 측에 공식 항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신문들은 10일자 조간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일본 경찰과 이동하는 전씨의 얼굴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실었다. 특히 산케이신문은 10일자 조간 1면과 3면, 27면 등 3개면에 걸쳐 관련 뉴스를 보도했으며 일부 TV 방송 해설자들은 “전 씨가 재입국한 것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했을 가능성”이라는 악의적인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 고위 언론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씨의 얼굴과 신원을 공개한데 대해서도 일본의 한 메이저신문 사건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는 경찰이 용의자 체포라는 공권력 행사 단계에서도 얼굴과 주소를 공개하며 언론들도 주요 사건의 경우 보도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특별히 얼굴 사진을 제공한 것은 전혀 없으므로 미디어 종사자가 멋대로 한 것이 아니겠냐”며 “정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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