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단 ‘日 혐한시위 규제’ 입법운동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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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발언 처벌-집회 금지”
9월부터 전국 조직 총동원… 日정부-의원 등에 맨투맨 청원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일본 내 혐한(嫌韓) 시위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이나 종교 등에 대한 증오 발언) 규제를 위한 입법 운동에 나선다.

민단은 다음 달부터 중앙본부와 지방 조직을 동원해 일본 정부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을 상대로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법률 및 조례 제정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최근 도쿄(東京) 신오쿠보(新大久保)나 오사카(大阪) 등 한인이 밀집된 곳에서의 혐한시위는 사라졌다. 하지만 후쿠오카(福岡) 히로시마(廣島) 군마(群馬) 등 지방으로 혐한시위가 확산되고 있어 민단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민단은 다음 달 17일 전국 지방단장 회의에서 입법 운동 방침을 확인한 뒤 연말까지 지역별로 국회 및 지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식으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을 임시국회를 전후한 시기나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의원연맹 합동총회 때에도 혐한시위 규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민단은 지자체에 제출할 진정서 초안에 △인종 차별과 민족 차별을 부추기는 헤이트 스피치를 법률로 금지할 것 △일본이 비준한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 2조 1항 등에 근거해 인종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단체들의 시위 및 집회와 공공시설 이용을 허가하지 말 것 △헤이트 스피치가 법률로 처벌받아야 하는 위법 행위이자 범죄임을 인정할 것 등을 명기했다.

일본 내에서는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 등 그동안 혐한시위가 빈발하게 일어났던 대도시 지자체장은 지난달 잇달아 헤이트 스피치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 필요성을 거론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7일 혐한시위에 대해 “일본의 긍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서 볼 때 부끄러운 일이다.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유럽의 외국인 배척운동에 대한 규제방식 등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자민당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당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어 헤이트 스피치 규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서원철 민단 조직국장은 “일본 내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혐한시위와 헤이트 스피치 규제는 한일 관계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 관련 일지 ▼

▽2013년
―연중: 도쿄 신오쿠보와 오사카 등 한인 밀집 지역에서 혐한 시위 발생
― 3월: 일본 국회의원, ‘배외주의· 인종모멸 시위에 항의하는 국회 집회’ 개최
― 5월: 유엔 권리위원회, 일본에 헤이트 스피치 교육 권고
― 9월: 시민 1000여 명 모여 헤이트 스피치 반대 ‘도쿄대행진’ 실시
시민단체 ‘헤이트 스피치와 민족차별주의를 극복하는 국제 네트워크’ 결성

▽2014년
― 2월: 미 국무부,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 에서 혐한 시위 문제점 지적
― 7월: 박근혜 대통령,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에게 반한 시위 우려 전달
― 8월: 아베 총리, 헤이트 스피치 대처 주문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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