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비리 불거져도… 터키 집권당 지방선거 압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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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득표로 야당에 크게 앞서 “나락 떨어진 에르도안 총리 구해”

3월 30일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수뇌부의 악재를 이겨내고 압승했다. 선거를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사진)의 비리를 입증할 만한 녹음 파일이 폭로됐고 정부가 파일 유포를 막기 위해 트위터와 유튜브를 차단하는 등 초강수를 뒀는데도 국민은 여당에 표를 몰아줬다.

터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전국 81개 주, 957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전국 평균 개표가 91%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AKP가 43.2%를 득표해 26.3%를 얻은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크게 앞섰다.

지방에서 크게 앞서며 630여 개 선거구에서 승리한 AKP는 중산층이 밀집한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도 승리했다. 개표가 97.8%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AKP 후보가 47.8%, CHP 후보가 40.2%를 득표해 7%포인트 이상 앞섰다. 반정부 시위가 많았던 수도 앙카라에서는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오후 11시 40분 앙카라의 AKP 당사 앞에서 지지자 수만 명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여름 전국적 반정부 시위와 ‘부패 스캔들’ 이후 치른 첫 선거여서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했다.

BBC는 “야권에서 20여 개 정당이 난립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면서 “이번 선거가 나락으로 떨어진 에르도안 총리를 구했다”고 평가했다.

터키 정계는 총리직을 세 번 연임한 에르도안 총리가 2012년 헌법 개정에 따른 첫 대통령 직선제 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AKP의 승리로 끝났지만 상당 기간 정국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집권당을 겨냥한 비리사건 수사가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터키#지방선거#에르도안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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