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브라질 신용등급 또 강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경제성장 둔화-재정 부실 때문… 한단계 더 떨어지면 투기등급

월드컵 개최를 3개월 앞두고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으로 떨어졌다. 브라질과 함께 신흥국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나머지 브릭스(BRICs) 국가들의 미래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일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는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최하위로 한 단계만 더 떨어지면 ‘정크본드’로 불리는 투기등급으로 추락한다. 한국(A+)보다 다섯 등급이 낮다.

브릭스의 핵심 국가이자 남미 최대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브라질이 신용등급 강등사태를 맞게 된 것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제성장 둔화와 부실 재정 때문이다. 2010년 7.5%에 이르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2.3%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1.8%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S&P는 내다봤다. 또 정부가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긴축정책에 나서면서 정부 돈을 풀어 민간 경제를 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브라질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달러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이번 강등은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브라질 정치권에도 악재다.

브릭스의 또 다른 강국인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 크림자치공화국 합병으로 최근 서방의 제재가 가속화하면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출구전략으로 인한 신흥국 통화위기의 진원지인 인도도 여전히 금융 외환시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3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 48.1을 보이면서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5개 브릭스 국가 중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나머지 브릭스 국가도 터키 인도네시아와 함께 금융시장 취약성이 가장 큰 ‘프래즐 5(Fragile Five)’로 묶이는 수모까지 겪으면서 브릭스의 영화는 옛말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S&P#브라질#신용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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