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란核, 대화-협상 통해 해결”… 北에 말없는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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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 “제재보다는 외교가 중요하지만
핵포기 확신 못주면 제재 강화할 것” 北 직접 언급 없었지만 우회 메시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28일(현지 시간)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이란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북한이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란을 포함한 전 세계가 비핵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29일 “우리(북한)의 일방적인 선(先) 핵 포기가 아니라 동시 행동을 해야 한다”라며 북한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후반부에서 강하고 원칙 있는 외교를 강조하는 대목에서 “미국은 외교와 압력을 병행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 핵 개발 진전을 중단시키고 일부 프로그램을 뒤로 돌렸다”며 “우리가 여기 모인 지금 이란은 고농축우라늄 저장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최종적인 핵 포기를 위해 현재로서는 제재보다는 외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의회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틀어지게 하는 새로운 제재 법안을 보낸다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이란과의 협상은 그저 신뢰에 의존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협상 타결은 이란이 검증 가능한 행동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에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확신을 줘야 가능하다. 이란 지도자들이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내가 제일 먼저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미 의회 강경파들을 설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도 비핵화를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외교적 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의회를 설득해 대화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이란처럼 북한이 먼저 핵 포기 의사를 밝히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재선에 성공한 뒤 가진 지난해 2월 첫 국정연설에서는 바로 전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을 겨냥해 “북한 정권은 국제의무를 준수함으로써 안전과 번영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도발행위는 자신만 더 고립시킬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지 대사는 이날 베이징(北京) 북한대사관에서 중국 언론 및 외신과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6자회담 재개를 지지한다. 우리가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먼저 타고 자리를 잡았으니 나머지 참가국들이 빨리 타서 이 쪽배가 출항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며 북한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오바마#이란 핵문제#북한#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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