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AMA 2014 국정연설 “중산층 살리기, 의회 눈치 안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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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반대 정면돌파 공식 선언… 1시간 넘은 연설 60% 경제할당
최저임금 인상 행정명령 발동

재선 두 번째 해인 2014년을 ‘행동하는 해’로 규정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8일 신년 국정연설은 예상대로 ‘경제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의회가 협조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으로 중산층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점을 공개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9시가 조금 지나 1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연설의 60% 이상을 경제 문제에 배정해 자신의 집권 5년간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위계층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평균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으며 계층 상승은 중단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의 가정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의회의 입법 없이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의회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맞선 의회의 동의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방정부 계약직 근로자들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현행 7.25달러(약 7754원)에서 10.10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세제개혁과 중소기업 지원, 각종 연구개발 지원,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에 의회의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재선 직후인 지난해 2월 12일 국정연설에서 경제 문제를 여성과 흑백 갈등, 동성애 문제 등 사회 이슈와 관련짓고 진보 진영의 어젠다를 부각하면서 청중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이날 그는 실용적인 경제 이슈에 집중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취업과 소득 향상을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오늘 밤 나는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미국의 전반적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혁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성 문제도 “오늘날 여성은 우리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77센트밖에 받지 못한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같은 노동에 대해 여성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 100만 명 이상의 장기 실업자에게 적용되는 실업수당 지급 프로그램을 3개월 이상 연장해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포괄적 이민개혁법의 연내 통과를 요구하면서 “우리의 경제를 키우고 앞으로 20년 동안 1조 달러 가깝게 재정적자를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회생을 위해 해외 군사개입을 줄이겠다는 노선은 더욱 분명하게 제시했다. 그는 올해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완료되면 이라크에 이어 모두 철수하게 된다고 설명한 뒤 “나는 진짜 필요하지 않은, 위험한 곳에 우리 군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들과 딸들을 끝이 없는 분쟁 속으로 밀어 넣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아프간 철수가 완료되면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위한 각종 규제 조치들을 의회가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제 현안에선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50여 개국의 핵 확산 방지와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도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문제가 불거진 해외에서의 드론 사용 인명 살상과 국가안보국(NSA) 감시 등 권력 남용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점도 지난해와 다른 대목이다.

CNN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4%만이 이날 연설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연설 직후의 53%보다 9%포인트 낮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반적인 지지도 추락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의회에 좌지우지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에 일제히 반발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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