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 영웅” vs “도살자” 극과극 평가 뒤로한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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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매파 정치인 샤론 前총리 85세로 타계

이스라엘의 전쟁 영웅이자 ‘매파’ 정치인인 아리엘 샤론 전 총리가 11일 타계했다. 향년 85세.

2006년 1월 4일 총리 재선 유세 도중에 중증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샤론 전 총리는 8년간 혼수상태에서 투병해 왔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성명을 통해 샤론 전 총리가 텔아비브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애도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샤론 전 총리는 이스라엘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고 추모했다.

샤론은 수차례의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이스라엘에서는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샤론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겁다. 이 같은 추모 열기는 지난해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냉랭해지고 중동에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샤론은 팔레스타인, 레바논과 맞붙은 군사작전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상 가장 숱한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평가된다. 농부 출신 군인이었던 그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숱한 전투에 참여했으며 특히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동예루살렘과 요르단 강 서안, 가자 지구를 점령하는 공을 세웠다.

그는 국방장관 시절이던 1981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본부를 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와해하기 위해 군사 공격을 감행했다. 작전 도중 베이루트 난민캠프 2곳에서 기독교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난민 700∼800명을 학살하는 사태가 벌어져 그에게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5년 그는 이스라엘이 38년간 점령해 왔던 가자지구 내의 이스라엘 군인과 유대인 정착민 8500명을 강제 철수하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그의 총리 재임(2001∼2006년) 동안 동예루살렘, 골란 고원 등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세워진 이스라엘 정착촌의 주민은 8만 명이나 늘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1일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에서 샤론 전 총리가 남긴 유산인 ‘실용주의’를 계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한 협력자”라고 평가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도 추모 성명을 냈다.

반면에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을 피로 물들였던 범죄자가 다른 독재자들과 같은 곳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는 샤론의 사망을 축하하는 총성이 들리기도 했다.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는 지금까지 중동평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가 생전에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철수와 요르단 강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는 향후 중동 평화 협상에서도 최대 현안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샤론 전 총리의 장례식은 12일 국회의사당에서 국장으로 치러진 뒤 13일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 시신이 안장될 예정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스라엘#아리엘 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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