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화폐가치 일제히 하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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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루피화 사상최저치 기록… 말레이시아-필리핀도 급락세

27일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 개입을 구체적으로 시사하면서 주요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신흥국의 대표 주자인 인도의 루피화(貨) 환율은 이날 한때 달러당 66.07루피로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루피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 이날 하원을 통과한 빈곤층 식품지원법안 등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도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가치인 달러당 1만905루피아를 기록했다.

다른 신흥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는 달러당 3.3270링깃으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리핀의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44.50페소로 2년 반 만에 최저치였다. 이날 오전장을 마감한 터키의 리라화도 사상 처음 달러당 2리라대로 진입하며 2.01리라로 가치가 하락했다.

통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한 이유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꼽았다. 26일 케리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미국의 군사 개입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조치를 하반기에 줄이겠다는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며 촉발된 신흥국의 자금 이탈 현상이 몇 주간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긴장을 더욱 고조시켜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요 신흥국은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바 있다. 루피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9%대를 위협하자 인도 정부는 23일 800억 루피(약 1조3750억 원)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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