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때린 뒤 해임”… 보시라이 “그런 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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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세기의 재판’ 나흘째 속개
독살 은폐압력 - 망명시도 원인 싸고 옛 주군 - 심복 이틀간 대질신문 공방
보, 횡령 부인위해 외도사실 시인

보시라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에 대한 재판이 휴일인 24, 25일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계속 이어졌다. 이례적인 주말 재판에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 간의 법정 증언 △보 전 서기의 외도 자백 등이 주목을 받았다. 보 전 서기는 25일까지 나흘째 계속된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재판은 26일에도 계속 열린다.

이날 보 전 서기는 전날 왕 전 국장의 법정 증언을 적극 부인했다. 보 전 서기는 “왕리쥔은 증언 과정에서 계속 거짓말을 했다”며 “그는 매우 악질이다. 이런 사람을 중요 증인으로 삼는다면 공신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왕리쥔의 증언은 피고 측도 동의한 것”이라고 제지했다.

하루 앞선 24일 오후 이번 사건 폭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왕 전 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보 전 서기의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 3개 혐의 가운데 가장 민감한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 증언했다. 왕 전 국장은 “보 전 서기가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독살을 상세히 보고받고 나를 독단으로 해임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 증언했다.

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배경도 확인됐다. 왕 전 국장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8일 저녁 보 전 서기에게 구카이라이의 영국인 독살 사건을 상세히 보고했다. 다음 날인 29일 오전 보 전 서기는 왕 전 국장을 사무실로 불러 욕을 퍼붓다가 왕 전 국장의 왼쪽 머리를 주먹으로 쳤다. 왕 전 국장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왕 전 국장이 “이번 일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자 보 전 서기는 컵을 바닥에 던지면서 “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소리치고 다시 폭력을 행사하려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못했다는 것이다.

보 전 서기의 주장은 다르다. 왕 전 국장은 “그런 설이 있다”고만 했을 뿐 상세히 보고하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또 그는 아내가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며, “왕 전 국장이 나를 무고한다”는 아내의 주장을 믿었다고 말했다. 보 전 서기는 “구카이라이는 어쨌든 나와 27년을 부부로 살았다. 나는 아내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 일련의 ‘잘못’을 했지만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행동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보 전 서기는 왕 전 국장을 공안국장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그가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왕 전 국장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또 왕 전 국장에게 주먹을 날린 게 아니라 손바닥으로 따귀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복싱을 배우지 않았고 (왕리쥔에게 상처를 낼 만한) 그런 힘도 없다”고 말했다.

왕 전 국장은 사건이 있은 지 8일 뒤인 2월 6일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미국총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폭행을 당했고 이 사건을 조사한 부하들이 모두 사라지는 등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왕 전 국장은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왔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그가 뇌중풍(뇌졸중)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보 전 서기는 자신이 바람피운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공금횡령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내는 내가 외도를 하는 것을 알고 분노해 아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떠났다”며 “아내가 돈을 잘 벌기 때문에 공금을 횡령해 생활비로 보내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보 전 서기의 여성 편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안이다. 지난해 9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보시라이가 다수의 여성과 정당하지 않은 성관계를 가지거나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보시라이#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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