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 천국 된 ‘소의 천국’ 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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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시하던 길거리 소 ‘납치’ 늘어
육식 확산탓… 버펄로고기로 속여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인은 소가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면 숨질 때까지 길거리를 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둔다. 이 때문에 수도 뉴델리에서만도 도로에서 어슬렁거리는 소가 4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도에서 길거리를 떠도는 소를 납치해 식용으로 내다파는 도둑이 판을 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8일 보도했다. 소도둑은 밤이 되면 길거리에서 소들을 밧줄로 묶어 트럭에 태우고 뉴델리 근교의 불법 도축업자에게 팔아넘긴다.

거리의 소를 싹쓸이하는 소도둑은 트럭당 보통 10마리씩 싣고 와 도축업자에게 마리당 5000루피(약 10만 원)를 받고 팔아넘긴다. 8억 명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도에서 하룻밤 절도로 900달러(약 101만 원)나 벌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유혹이다. 인도 경찰은 지난해에만 불법 소도둑 150여 명을 검거했지만 소도둑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소도둑들이 주로 폭력조직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힌두교도 사이에서도 닭고기나 쇠고기를 먹는 육식문화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쇠고기 소비량은 14%나 증가했다. 힌두교인인 샤르마 씨는 “신성한 종교적 지위를 잃은 소가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전락해 공격당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인도는 세계 제1의 우유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국이기도 하다. 물론 수출하는 소는 대부분 신성한 대상이 아닌 버펄로(털이 많고 등이 굽은 들소)다. 그러나 요즘엔 불법 도축된 쇠고기를 버펄로 고기로 속여 시중에 유통시킨다고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소도둑#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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