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펑”… 시리아 내전 판세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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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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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군이 사용…31명 사망” 반군은 “정부군 소행” 반박
美 “정부소행땐 대가 치를 것” 러 “WMD 반군유입 우려”
서방국 개입 본격화 조짐

2년 넘도록 내전이 진행 중인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리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측과 반군이 서로 상대가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내전의 판세를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19일 “반군이 북부 알레포 인근 칸알아살에 화학물질이 탑재된 미사일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외교부는 “이로 인해 31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나통신은 몇 달 전 유튜브에 반군이 화학물질을 쥐에 바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는 점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증거로 제시했다.

반군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터키로 망명한 아드난 실루 전 시리아군 소장은 아랍권 방송인 알아라비야에 “화학물질이 담긴 미사일은 정부만이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루 전 소장은 시리아군의 화학무기 사용 훈련을 책임졌던 인물로 알려졌다. 반군 지도자인 압둘 잡바르 알오카이디는 뉴욕타임스에 “정부군 폭격기가 공격한 뒤 희생자들이 독가스에 질식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는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이 사실인지에 대해 일단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도 몇 차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사용 의혹이 제기됐지만 확인된 적은 없다.

하지만 유발 스테이니츠 이스라엘 정보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도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AP통신이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둘로 나뉘었다. 미국은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면 시리아 정부의 소행일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정부 측의 주장에 아주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시리아 내전 개입을 꺼려 왔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화학무기 사용은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강조해 온 만큼 시리아 정부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CNN에 “화학무기 사용이 입증된다면 ‘게임 체인저’(상황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가 될 수 있으며 미국은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시리아 정부를 옹호하고 있는 러시아는 외교부 성명에서 “시리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대량살상무기(WMD)가 반군의 손에 들어간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반군의 소행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번 사건은 유럽국들의 시리아 내전 개입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은 22일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수출 허용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갖는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유럽사령관은 19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일부 나토 회원국들이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군사 개입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가 18일에 레바논 국경지역에 미사일 4발을 발사한 데 이어 20일에도 미사일 5발을 쏴 시리아 내전이 레바논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레바논이 반군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화학무기#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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