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작년 5월 2.75%에서 0.25%포인트 내린 후 5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향후 금리의 움직임을 예고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란 표현마저 빼버렸다. 이로써 재작년 10월부터 계속돼 온 기준금리 인하의 시간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동결의 이유로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변동성과 관련한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작년 2월부터 48주 연속 상승세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3중 규제’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위축됐던 아파트 거래량도 다시 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원화 약세는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이례적인 한국 외환시장 구두개입 효과마저 채 하루를 가지 못하고 다시 올랐다.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을 막으려면 한은은 미국보다 1.25%포인트 낮은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런 경우 1.8%로 예상되는 올해 성장률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6.1%로 치솟은 청년 실업률, 소비 침체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다간 다시 집값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까지 급증할 위험이 커진다.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내리지도, 높이지도 못할 거란 전망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이런 진퇴양난 상황에 놓인 건 잘나가는 일부 기업·산업과 그렇지 않은 나머지 부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K자형 성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혁명에 올라탄 반도체 등 일부 부문은 실적이 개선돼 직원들이 높은 성과급을 받지만, 석유화학·철강 등 고전하는 기업과 종사자들은 훈풍에서 비껴나 있다. 코스피가 4,800에 육박해도 돈 번 개미투자자는 절반뿐이고, 집값도 오르는 곳만 집중해 올라 자산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못 내리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제고하고, 일부 부문에 국한된 온기를 전체 경제로 퍼뜨리는 건 어떤 정부라도 어려운 일이다. 작년의 13조 원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돈 풀기는 반짝 효과만 낼 뿐이다. 기업들이 청년을 큰 고민 없이 채용할 수 있도록 고용제도를 유연화하고, AI 전환 투자를 지원해 전체 경제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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