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구촌 새권력/美 대선 D-14]“사브車 몰면 오바마, 볼보 타면 롬니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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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 타기팅’
양당, 방대한 DB 보유… 유권자 차량-음주 등 분석 개인별 정밀 맞춤 공략
사생활 뒷조사 논란도

유권자의 개인별 성향과 생활 패턴을 파악해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공약을 선별해 중점적으로 전달하는 ‘나노 타기팅(nano-targeting)’이 미국 대선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역이나 소득으로 뭉뚱그려 유권자를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맞춤형 선거운동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진영은 유권자의 다양한 개인정보를 파악해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새너제이 머큐리뉴스가 20일 전했다.

예컨대 공립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오바마 선거진영에 등록한 인물이 트위터에 유기농에 관한 내용을 올린다면 선거캠프는 그를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로 분류한다. 그리고 선거 관련 메시지를 전달할 때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다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말 대신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정책을 미셸 오바마 여사의 상냥한 목소리로 전한다. 인터넷 방문기록으로 된 유권자의 단골 웹사이트에서 그 유권자에게만 보이도록 하기도 한다.

이런 정밀한 공략이 가능해진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방대한 양의 유권자 개인정보를 축적해 놓은 GOP데이터센터와 보트빌더(VoteBuilder)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덕분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이름 나이 주소 등 유권자 등록 정보 △총기소유 면허증 정보 △정치활동 내용과 같은 공식적인 기록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경제 및 사회 활동에서 나오는 △신용카드 사용 명세 △대출 명세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 △페이스북의 개인 기록 △구글 플러스에 적힌 개인 취향 △트위터 사용 내용 등이다. 심지어 돈 몇 푼 아끼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만든 마일리지 카드를 분석해 개인이 좋아하는 식료품 종류와 자녀를 위해 구입하는 기저귀 브랜드까지 파악하기도 한다.

공화당의 리서치 회사 ‘윌 펠투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스바루나 사브 자동차를 몰고 소비뇽 블랑의 화이트 와인이나 진을 즐겨 마시며 레드 로브스터와 보스턴마켓에서 외식하는 사람은 민주당을 지지할 확률이 높다. 반면 볼보나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몰며 카베르네 소비뇽의 레드 와인이나 스카치위스키를 즐겨 마시고 아웃백 스테이크와 올리브가든에서 외식하는 이들은 공화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다.

선거캠프는 선거 공약을 e메일로 전달하는 것이 나은지, 우편이나 전화 혹은 직접 방문해 전달하는 것이 나은지 등 정보전달 방식을 결정하는 데도 수집된 개인정보를 활용한다.

나노 타기팅은 특히 유권자의 표심이 정해지지 않은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경합 주에서는 100명 혹은 1000명 정도의 유권자가 내리는 판단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취향을 바탕으로 유권자가 솔깃해할 공약만을 전달하는 선거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레이니 라이트먼 전자프런티어재단의 수석활동가는 “민주주의에서는 다른 사람이 지켜보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진영이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돈을 들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비생산적이라고 비판한다. 유권자 뒷조사에 비용과 시간을 들일 것이 아니라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미국 대선#나노 타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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