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전당대회 개막… 대선 보도 ‘뉴스채널 삼국지’도 점입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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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롬니 나팔수, MSNBC… 오바마 충복, CNN… 어정쩡 중립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지난달 29일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로 자신의 고향에서 자동차 공장이 폐쇄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장 폐쇄가 오바마 취임 전인지 후인지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폭스뉴스는 이런 논란은 무시하고 “개인적 스토리를 가미한 훌륭한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MSNBC는 거두절미하고 “라이언은 거짓말쟁이”라고 몰아세웠다. CNN은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논란이 되는 부분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보도를 했다.

이처럼 공화 민주 전당대회 기간 동안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3개 채널의 논조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폭스는 친공화당, MSNBC는 친민주당, CNN은 중립 성향이다. 특히 폭스와 MSNBC의 편파성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일 “폭스와 MSNBC의 뉴스는 ‘보도’가 아니라 ‘주장’”이라며 “두 채널은 공정 보도를 무시하는 ‘악마 쌍둥이(evil twins)’”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3대 케이블 뉴스 채널인 이 방송들은 하루 한 시간씩만 전당대회 내용을 보도하는 NBC ABC CBS 등 3대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하루 종일 전당대회를 생중계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폭스의 시청률은 CNN, MSNBC는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까지 압도했다. 전당대회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폭스는 91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해 ABC(440만 명), NBC(390만 명), CBS(370만 명), CNN(230만 명), MSNBC(190만 명)를 제쳤다.

폭스는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보수 성향의 전문가만 패널로 초청하고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똑같은 내용을 수차례 재방송해 빈축을 샀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최대 화제였던 ‘이스트우드 빈 의자’ 사건은 언급조차 하지 않아 ‘공화당에 불리한 내용이어서 일부러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반면 MSNBC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연설을 두고 “박수 제로의 무감동 연설”이라고 폄훼하는가 하면 “공화당이 인종 카드를 쓰고 있다”며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크리스 매슈스, 레이철 매도 등 MSNBC의 대표 앵커들에겐 ‘오바마의 대변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MSNBC는 지상파 NBC 기자들과 공동으로 보도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MSNBC의 편파 보도 때문에 NBC 기자들이 출연을 꺼리고 있을 정도라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3일 전했다.

앤더슨 쿠퍼, 울프 블리처 등 스타급 앵커를 거느리고 있는 CNN은 전당대회 기간에 공화 민주 전문가들을 동수로 초청해 양측 주장을 균형 있게 제시했다. 그러나 이슈마다 양측 주장에 똑같은 시간을 할애하는 보도 방식이 ‘지루하다’는 평을 들으면서 시청률 경쟁에서 폭스와 MSNBC에 뒤지고 있다. CNN의 올해 공화당 전당대회 시청률이 2008년 공화 전당대회 때보다 50% 가까이 떨어지면서 ‘CNN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CNN을 가리켜 ‘무개념 중립자’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4시간 뉴스 채널 시청자들은 이미 뚜렷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자신의 견해를 보강하기 위해 뉴스를 본다”며 “폭스-MSNBC의 보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중간에 위치한 CNN의 시청률 위기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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