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나타났다”…알고보니 몸길이 1m짜리 고양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8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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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에식스 카운티 세인트 오시트 지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인근 이동식 주택(caravan) 야영장에 있던 사람들이 들판에서 사자를 목격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목격자들은 문제의 '사자'를 찍은 사진을 경찰에 넘겼다.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펼쳐졌다. 경찰 30여 명과 전문 사수들, 경찰 헬리콥터 2대가 투입됐다.

주민과 휴양객 수만 명은 바짝 긴장했다.

경찰의 수색 작전을 야기한 사진을 보면 황갈색의 동물 한 마리가 들판에 평온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얼굴 주변에는 사자 갈기처럼 털이 풍성하게 나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을 촬영한 휴양객 쉬 라이트 씨(58·여)는 "그 동물이 사라질 때까지 30분 동안 지켜봤는데 의심할 여지없이 사자였다"고 주장했다.

다른 목격자도 "분명히 사자였다. 틀림없이 갈기가 무성한 황갈색의 사자였다"고 강조했다. 한 주민은 사자가 크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격적인 목격담이 쏟아지자 경찰은 주민들과 휴양객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하고 수색 작전을 펼쳤다.

상공에서는 열 추적 카메라가 장착된 경찰 헬기 2대가, 지상에서는 경찰과 동물원 사육사들이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또한 인근에 위치한 콜체스터 동물원과 최근 이 지역을 순회했다는 그레이트 브리티시 서커스단 측에 탈출한 사자가 없는지 개체 수 파악을 요청했다.

하지만 콜체스터 동물원은 탈출한 사자가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서커스단도 3년 전 번식 프로그램에 기여하기 위해 사자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보냈다고 답했다.

약 24시간에 걸친 수색작업도 소득이 없었다. 사자의 털이나 배설물과 같은 증거물들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수색작전이 난관에 부딪힌 가운데 문제의 동물이 자신의 애완고양이라고 주장하는 주민이 나타났다.

28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니 머피(여) 씨는 리버풀 지역에 있던 중 TV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며, 문제의 동물이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테디 베어(테드)일 거라고 말했다.

머피 씨는 "테드는 황갈색의 거대한 몸집을 가졌으며, (사자가 목격됐다는) 들판을 원래 잘 돌아다닌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들이 촬영한 사진을 본 머피 씨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멀리서 보면 목덜미 털 때문에 사자처럼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이 사자라고 생각하는 걸 이해한다. 테드는 덩치가 큰 고양이 종(種)인 메인쿤 종이다."

머피 씨에 따르면 세 살인 테드는 몸길이가 약 1m, 키는 40cm, 몸무게는 11kg 정도이며 사자 추정 동물이 목격된 지점에서 9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결국 영화를 방불케 하는 수색 작전은 하루 만에 허무하게 중단됐다. 문제의 '사자'가 거대한 고양이일 거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에식스 경찰은 "일요일 저녁 목격된 것은 덩치가 큰 애완용 고양이이거나 야생고양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수색작전을 벌여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목격자들이 말하는 '사자 추정 동물'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작전을 중단한다고 27일 저녁 밝혔다.

머피 씨의 주장과 경찰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 몇몇 목격자들은 여전히 사자일 거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공포심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한편 28일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헬기 등이 동원된 이번 작전에는 총 2만5000파운드(한화 약 4480만 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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