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앞 명물 천막 ‘피스 캠프’ 反戰시위 31년 만에 헐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주인 할머니 교통사고 요양… 당국 “장기간 비우면 철거”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 있는 명물 천막 ‘피스 캠프’가 헐릴 위기에 처했다. 이 천막의 주인인 70대 할머니 콘치타 피시오토 씨(사진)가 교통사고를 당해 시위 시작 31년 만에 처음으로 천막을 비우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내 표현의 자유를 상징해온 피스 캠프의 철거 위기에 이곳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 정중앙에 있는 피스 캠프는 흰색 비닐로 만든 누더기 천막으로 양쪽에 갖가지 핵전쟁 반대 구호가 적힌 노란색 대형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할머니는 천막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의 반전 시위를 벌여왔다. ‘백악관 이웃 코니’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할머니는 알자지라 등 해외 매체와도 인터뷰하고 마이클 무어의 다큐 영화 ‘화씨 9/11’에 등장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만들어준 웹사이트도 있을 정도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 ‘피스 캠프’ 의 주인인 콘치타 피시오토 할머니가 피켓을 들고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 ‘피스 캠프’ 의 주인인 콘치타 피시오토 할머니가 피켓을 들고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사교적이지 않은 할머니는 관광객들이 왜 시위를 하느냐고 물으면 “사진을 찍으면서 노는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세계 평화가 위협받게 돼 내가 이렇게 시위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곤 했다. 할머니는 열흘 전 인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택시에 들이받혔다. 쇄골이 부서져 몇 달간 안정을 요한다는 진단을 받아 더는 천막에 기거하며 시위를 벌일 수 없게 됐다.

할머니는 1981년부터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백악관 앞에는 천막과 같은 영구 설치물이 엄격히 금지된다. 하지만 백악관 주변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국가공원서비스(NPS)는 하루 종일 시위를 하는 할머니의 노력에 감동해 1982년 천막 설치 특별 허가를 내줬다. NPS는 할머니가 천막에 거주한다는 조건으로 설치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장기간 천막을 비울 경우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최근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워싱턴#피스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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