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축재를 특별 보도하면서 한 중국 공산당원의 평가를 전했다. FT는 뉴욕타임스 등 서방 언론이 최근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재산 현황을 종합해 소개했다.
중국 최고지도자 및 이들 가족의 재산과 경제력을 살펴보면 이들이 권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해 왔다는 정경유착의 의혹이 물씬 풍긴다. 중국의 최대 병폐인 부패가 최고권력층에도 만연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권력 서열 1위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아들 하이펑(海峰)은 공항 보안검색기 등 중국 보안장비 시장의 90%를 장악한 국영 독점기업 등 21개 회사를 가진 그룹의 전 대표. 이 회사는 유럽연합(EU)과 나미비아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았다. 2009년 영국 BBC방송은 후 사장이 나미비아 뇌물 사건에 연관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의 딸 하이칭(海淸)은 2003년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이자 나스닥 상장사인 시나닷컴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대니얼 마오와 결혼했다. 당시 재산이 3500만∼6000만 달러(약 400억∼685억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형 동생 사위 등은 대형 투자운영사, 국영기업의 경영자다.
서열 3위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낡은 외투와 신발이 언론에 포착돼 검소하고 소박한 이미지를 굳혔지만 가족은 영 딴판이다. 아들 윈쑹(雲松)은 아시아 최대 위성통신사로 꼽히는 중국위성통신그룹 회장이다. 전공이 위성통신 분야와 거의 관계없는 그가 대형 국영기업의 CEO에 오른 것. 이에 앞서 그는 조세 피난처인 케이맨 제도에 거액의 사모펀드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원 총리의 부인 장페이리(張培莉) 여사는 중국 보석시장의 실세로 꼽힌다.
서열 4위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은 2000년 부인과 함께 중국 최대 밀수사건인 ‘위안화그룹’ 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오다 결국 이혼했다. 아들과 사위는 해외에 도피 중이다. 서열 5위인 중국 미디어를 관장하는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의 딸과 아들은 각각 중국은행의 해외 미디어투자 담당 대표,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 부사장이다.
서열 6위이자 올가을 후 주석의 뒤를 이을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가족도 막대한 부를 지니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뉴스는 시 부주석 일가의 자산 규모가 3억7600만 달러(약 4290억 원)라고 전한 바 있다.
서열 8위인 허궈창(賀國强) 상무위원의 동생도 대형 국영기업의 부대표다. 서열 9위이자 공안 사법을 총괄하는 저우융캉(周永康) 정법위원회 서기의 아들은 중국 석유산업의 실세로 각종 거래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 서열 7위이자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만이 상무위원 가운데 상대적으로 깨끗한 편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전직 지도부의 자제들도 부친의 후광 아래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아들은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자녀들은 중국 전력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서방 언론들은 이런 현상을 최근 중점 보도하면서 “권력과 자본주의에 기생하는 공산주의”라며 “겉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불평등한 자본주의 체제보다 더 부패로 점철된 사회”라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서방 언론이 쏟아내는 이런 보도가 인터넷을 통해 중국 국내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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