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미디어]유럽위기 진앙 그리스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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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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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으로 먹고사는 그리스… 뱅크런보다 심각한 투어런

아테네 중심가인 스타디우 거리의 한 상점 유리창이 2월 정부 긴축안에 반대해 일어난 폭력 시위 과정에서 돌에 맞아 금이 간 후 방치되어 있다. 아테네=조승현 채널A 카메라 기자 CANN022@donga.com
아테네 중심가인 스타디우 거리의 한 상점 유리창이 2월 정부 긴축안에 반대해 일어난 폭력 시위 과정에서 돌에 맞아 금이 간 후 방치되어 있다. 아테네=조승현 채널A 카메라 기자 CANN022@donga.com
그리스는 2차례의 총선 끝에 연정이 구성됐지만 출발이 순탄치 않다. 건강 문제로 장관직을 고사한 바실리스 라파노스 그리스내셔널뱅크(NGB) 총재(65) 대신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아테네대 경제학과 교수(55)가 신임 재무장관에 26일 임명됐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2차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약속했던 긴축정책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할 태세다.

그리스의 경기침체는 무책임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치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주 찾아간 수도 아테네에서는 재정위기와 관광업 침체가 악순환 고리를 이루며 시민들의 삶을 피폐화하는 현장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요즘 아테네에서는 ‘뱅크런’(대량 예금인출)보다 무서운 것이 ‘투어런’(관광객의 급격한 감소)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그리스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라는 점을 활용해 국민의 20%가 관광업에 종사한다.

아테네 중심가인 스타디우 거리. 300명이 투숙할 수 있는 에스페리아 팰리스 호텔의 정문은 셔터가 내려진 채 굳게 잠겨 있고 누군가 붉은색 페인트로 ‘영원히 닫힘’이라는 낙서를 휘갈겨 놓았다. 그 옆 상점의 유리창은 여러 곳에 금이 가 있다. 올 2월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았다고 한다. 시청 앞 아티나스 거리에서도 4개 호텔이 문을 닫는 등 올해 들어서 20개가량이 폐업했다고 요르고스 자키리스 그리스 호텔협회장은 말했다.

아테네에서 가장 번화가로 꼽히는 에르무 거리는 젊은이와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하지만 실상은 겉보기와는 달랐다. 한 구두가게 주인은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가게마다 대폭 할인한다는 세일 안내판을 붙여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념품 가게 주인 야니 노미코스 씨는 “수년 전에 비해 매출이 80%가량 줄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을 더 걷어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시온 채널A 기자
성시온 채널A 기자
에르무 거리의 점포에는 ‘임대’ 안내문도 자주 눈에 띄었다. 아테네에서 30년째 산다는 한인 교포는 “몇 년 전만 해도 세를 놓으면 즉시 거래되던 최대 번화가였으나 가게를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 관광업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관광객이 줄었고, 아테네에서 올 초 재정 긴축에 항의하며 화염병과 돌이 난무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위험하다’는 인식도 퍼졌다. 그리스 관광객의 13%가량을 차지하는 독일과 재정 긴축 방안을 놓고 대립하면서 사이가 나빠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관광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 아테네에서

성시온 채널A 기자 sos@donga.com
#그리스#크로스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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