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사회는 왜 禁女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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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시위-서명운동 “매주 월요일 접속 보이콧”

26일 미국 뉴욕 매디슨가의 페이스북 지사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페이스북은 여성 이사 비율을 높여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홈페이지
26일 미국 뉴욕 매디슨가의 페이스북 지사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페이스북은 여성 이사 비율을 높여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핑턴포스트 홈페이지
26일 미국 뉴욕 페이스북 지사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50명의 시위대가 ‘페이스북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다음 달 50억 달러(5조6700억 원) 규모의 기업공개를 앞둔 페이스북의 이사회에 여성이 전무한 것을 개선하도록 요구하는 5만30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페이스북 측에 전달했다.

이날 시위는 페이스북의 여성 이사 보강을 요구하는 온라인 캠페인 ‘페이스잇’과 여성단체 ‘울트라바이올렛’ 등이 조직했다. 시위대는 페이스북이 여성 이사를 보강할 때까지 여성 이용자들이 매주 월요일을 ‘페이스북 블랙아웃 데이’로 정해 페이스북 사용을 보이콧하고 페이스북 신상명세란에 ‘여성’ 표시를 ‘남성’으로 바꾸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현재 페이스북 이사회는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등 남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단체들은 페이스북의 여성 사용자가 58%로 절반을 넘는데도 이사회에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것은 페이스북의 남성 중심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연기금으로 페이스북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캘리포니아교직원 퇴직연금(CalSTRS)도 올 2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게 여성 이사를 보강하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사회에 여성이 없거나 부족한 것은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트위터도 이사회에 여성이 없으며 애플은 8명 이사 중 1명(안드레아 중 에이본 화장품 CEO)만이 여성이다. 구글은 이사 10명 중 3명이 여성으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IT 기업 이사회에 여성이 부족한 것은 이사회가 실리콘밸리의 대형 투자자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서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여성은 자연히 이사회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또 여성 이사를 보강하도록 압력을 넣을 만한 여성 고위 경영진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전 스토버그 여성기업이사협회(WCD) 회장은 “페이스북은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경영이념과는 달리 이사회를 철저히 ‘보이스 클럽(Boy's Club)’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기업공개를 할 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압력에도 페이스북이 여성 이사를 보강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뉴요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하지 남녀 비율을 일일이 따져 결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페이스북#여성#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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