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케네디 암살 사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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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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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CIA 남미지부 간부 주장

1963년 11월 22일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암살됐을 때 숙적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85)도 ‘배후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공산주의자인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며 어떤 배후도 없었다는 게 당시 미국 정부 조사단의 공식 결론이었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미국 현대사 최고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케네디 대통령 피살과 관련해 카스트로가 암살계획을 날짜와 장소까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60년대 중앙정보국(CIA) 쿠바 담당 분석관을 거쳐 남미지역 총책임자를 지낸 브라이언 레이텔 마이애미대 쿠바-남미학과 부교수는 다음 달 출간할 저서 ‘카스트로의 비밀: CIA와 쿠바정보기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18일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책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케네디가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암살된 당일, 쿠바 정보당국자들에게 CIA 통신 감청과 관련해 일상적 업무를 전면 중단하고 텍사스발 통신에만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텍사스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지시가 떨어지고 4시간 뒤 케네디는 총격에 쓰러졌다.

카스트로가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오즈월드의 계획을 사전에 알았기 때문이라는 게 레이텔의 주장이다.

레이텔이 인용한 CIA 내부문서에 따르면 오즈월드는 케네디 저격 약 한 달 전 멕시코 주재 쿠바대사관에서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대사관에 “케네디를 살해해 쿠바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문서는 당시 슈퍼스파이로 불리며 쿠바 정권 핵심집단에 침투했던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 잭 차일즈가 작성한 것으로 차일즈는 이를 카스트로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썼다.

레이텔은 18일 마이애미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 정보기관 관리와 CIA FBI 전직요원들을 인터뷰하고 비밀정보에서 해제된 주요기관 자료를 토대로 책을 썼다”며 “나는 카스트로가 암살을 지시했다거나 오즈월드가 그의 지휘를 받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그랬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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