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열도 장기 불황… 占에 빠진 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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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사는 38세 여성 오사키 지오코 씨는 결혼 후 얼마 안 돼 남편과 헤어졌다. 이후 가족이나 친구와 의견 충돌이 잦아지면서 주변 사람들도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나의 장래는 대체 어떻게 될까.’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외로움에 빠진 그는 점쟁이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매일 밤 점쟁이에게 전화했다. 한 번에 내는 복채는 2만 엔(약 26만 원). 이런 생활이 2년이나 계속되며 복채 때문에 300만 엔 빚까지 지게 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3일 ‘점 중독 주의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점이라는 마법에 빠진 일본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혈액형 점이나 카드 점, 별자리 운세 등을 재미 삼아 보는 데 익숙한 나라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점 의존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의존증이 심한 환자는 점쟁이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거나 심지어 1분도 안 돼 다시 전화해 “좀 전에 나온 점괘가 바뀌지 않았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국민고충 상담을 받는 일본 정부 산하기관인 ‘국민생활센터’에 따르면 점을 보는 사람의 80%는 여성이고 연령대는 20, 30대가 주류다. 점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 신고도 2001년 874건에서 지난해 1801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일본의 젊은 세대가 점에 빠져드는 이유를 아사히신문은 장기불황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점쟁이의 예언이 불안한 젊은 세대를 달래주는 안정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점집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점을 봐주는 서비스가 급증한 것도 점 의존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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