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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적막속 긴장감… 철조망에 싸인 ‘美 인권 이단아’

입력 2012-01-18 03:00업데이트 2021-03-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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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용의자 수용소 설치 10년…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를 가다
미군의 관타나모 해군기지는 산과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인 바닷가 도시에 있다. 인권 침해와 고문 논란으로 악명 높은 이곳은 겉보기엔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활기차 보이지만 거리 곳곳은 경계가 삼엄해 긴장감이 감돈다.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동남쪽으로 900km 떨어진 관타나모 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 미 해외기지 중에서 가장 오래된 이곳 안에는 9·11테러 이후 테러범을 구금해온 수용소가 있다. 21세기 초반 지구촌을 달군 ‘테러와의 전쟁’이 낳은 사생아인 이 수용소는 머지않아 폐쇄될 운명이다. 미 국방부는 수용소 설치 10년(11일)을 맞아 동아일보와 로이터 마이애미헤럴드 보이스오브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11개 언론사를 초청했다.

미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한 델타항공 전세기가 관타나모 만에 도착한 시간은 비행 3시간 만인 16일 낮 12시. 항공터미널에서 기자단을 맞은 미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관타나모 태스크포스(JTF-GTMO) 관계자는 “정해진 방향 외에 사진 촬영을 금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찍은 컴퓨터 증명사진으로 ‘미디어(Media)’라고 찍힌 기자증이 즉석 발급됐다. 사진 위에는 ‘안내(에스코트)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경고다. 도처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지까지는 공항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30분을 더 가야 했다. 페리 선착장에도 허리에 권총을 찬 장교와 소총을 든 사병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총면적 120km²의 관타나모 해군기지는 미국 정부가 100여 년 전부터 쿠바로부터 영구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적대국인 외국 땅에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미군기지다. 산과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인 바닷가 도시에 있다.

멀리 산꼭대기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4개의 풍력발전 터빈 바람개비가 한가롭게 돌고 있었고 섬 중앙에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현역 군인과 가족, 군납업자 등 6000여 명이 모여 사는 섬은 황량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활기차 보였다. 곳곳에 노란색 스쿨버스가 눈에 띄었고 시내에는 맥도널드와 서브웨이 등 패스트푸드점과 각종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군인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도 1개씩 있었고 병원과 선술집, 농구 코트와 풋볼경기장도 보였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미국과 쿠바가 국경을 접하면서 대치하는 곳답게 곳곳에서 삼엄한 경계활동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미사일기지와 벙커 등 각종 군사시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취재기자 통제도 엄격했다. 개인행동은 금지됐고 카메라는 매일 검열을 받아야 했다. 페리에서 기지 모습을 찍은 한 기자는 “군사법정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벙커가 찍혔다”는 이유로 8컷 중 6컷을 지워야 했다.

미소 냉전이 끝난 뒤 사격훈련장으로 주로 쓰였던 관타나모 기지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미국이 2001년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잡은 탈레반, 알카에다 포로들을 가두고 특별군사법정을 만들면서부터. 이후 고문과 인권 침해 논란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미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이단아’라는 눈총을 받아왔다. 2002년 1월 11일 아프간전쟁에서 체포된 테러 용의자 20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감됐던 테러 용의자는 모두 775명. 2003년엔 수감자가 680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71명이 있다.

17, 18일에는 특별군사법정에서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최고지도자를 지냈으며 2000년 10월 12일 미 해군 함정 ‘USS콜’호 폭탄 테러를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압드 알라힘 알나시리(47)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USS콜호 희생 장병 가족과 군 검찰, 변호사, 국방부 당국자, 비정부기구(NGO) 회원 등 100여 명이 3박 4일 일정으로 기지를 찾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009년 1월 22일 수용소를 1년 내에 폐쇄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해 12월 15일 테러 용의자들을 이송할 장소로 일리노이 주 톰슨 교도소를 선정하고 매입 절차까지 밟았지만 열흘 뒤 성탄절 때 여객기 폭파 테러 기도 사건이 발생하면서 연기됐다.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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