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山東) 성의 한 시골 마을 출신인 자징촨(賈景川·27) 씨는 2년 전 머리가 어지럽고 사지 신경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병원 진찰 결과는 노멀헥산(n-Hexane) 중독. 노멀헥산은 매우 강한 독성을 갖고 있어 신경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가 일하는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의 액정패널 생산 공장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인 미국 애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인 롄젠커지(聯建科技).
자 씨 등 근로자들은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멀헥산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는 데다 작업장에는 통풍 시설도 거의 없어 ‘밀봉 상태’라고 불릴 정도였다. 자 씨 말고도 130여 명이 같은 증세로 고통을 받은 것은 이 같은 위험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이었다.
중국의 시민단체들은 애플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 씨와 피해 동료들은 스티브 잡스 회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협력업체의 목줄을 잡고 있는 애플이 더 엄격한 근로환경 규정을 적용하고, 중독 환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애플은 올해 2월 발표한 ‘2010년 하도급업체 관리 보고서’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피해를 처음으로 시인했다. 하지만 자 씨 등에게 돌아온 건 10개월간의 병원비와 약간의 보상금이 전부였다. 중독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자 씨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자 씨는 애플의 발표 이후 수차례 잡스 회장에게 편지를 썼지만 이달 25일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할 때까지도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 자 씨를 후원하는 시민단체인 ‘불량기업 행동감시 교수 대학생 행동’은 이젠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 회장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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