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금융제재 1년… 테헤란大 무슬림 금요집회 가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 타도” 정치구호 쩌렁쩌렁… “날도 더운데” 청년들은 시큰둥

22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대에서 열린 이슬람 금요집회 모습. 이슬람 의식이 진행되는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정치 등 예민한 문제들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미국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테헤란=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22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대에서 열린 이슬람 금요집회 모습. 이슬람 의식이 진행되는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정치 등 예민한 문제들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미국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테헤란=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거대한 함성. 캄캄한 곳에서 나는 쇳소리처럼 날카롭게 귓전을 때렸다. 마이크를 잡은 이맘(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이 구호를 외치면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이 함성을 질렀다. 매우 엄숙했다.

22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테헤란대. 무슬림이라면 꼭 참석해야 하는 금요 집회(Muslim Friday Prayer)가 열렸다. 이슬람권에서는 금요일이 휴일이다. 올해 이집트 예멘 리비아 등에서 시민혁명이 불길처럼 타오를 때 각국의 금요집회는 무슬림을 결집시키고 행동지침을 내리는 방향타 역할을 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테헤란대는 이란 최고의 지성을 상징하는 곳. 이 때문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테헤란대 금요집회에 가끔 참석해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전한다.

경비는 삼엄했다. 10년 전 금요집회에서 카펫 밑에 숨겨진 폭발물이 터져 집회 도중 수백 명이 사망한 사고가 났다. 이후 검문검색이 훨씬 강화됐다. 기자가 테헤란대에 도착해 집회장에 들어가는 데만 1시간이 넘게 소요될 정도.

“신발은 벗고 가방과 카메라는 몽땅 열어야 합니다.” 요원들은 특히 기자처럼 이슬람신도가 아닌 사람들이 몸에 걸친 모든 걸 샅샅이 수색했다. 일행이 검색과정을 촬영하자 금세 카메라를 뺏고 필름 삭제를 요구했다.

이채로운 점은 집회도 남녀가 따로 한다는 것. 여성 집회는 남성의 집회장소 옆에서 따로 열린다. 얼굴만 가린 채 검은 차도르를 입은 여성들이 대부분이어서 집회장은 온통 ‘블랙’ 물결이다.

이슬람 의식이 행해진 1부에 이어 2부 집회에서는 정치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중간 중간 “미국 반대, 이스라엘 타도” 등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했다. 한 종교지도자는 “종교와 정치는 별개가 아니다”라고 손을 휘두르며 강조했다. 이날 남성 참석자는 5000여 명. 여성도 수천 명에 달했다. 집회장에서 만난 메흐디 카르하이 씨(47)는 “금요집회는 무슬림으로서 미래를 그리는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집회 관리를 맡은 한 지도자는 “더운 여름이라 젊은층의 집회 참석은 부진한 편”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에 부는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테헤란=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