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강원도서 크세논 검출… 이동경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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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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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세논, 러 캄차카 → 북극 → 시베리아 거쳐 남하 가능성

강원도 방사능 측정소에서 m³당 0.878Bq(베크렐)의 ‘크세논133’이 검출되며 우리나라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한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안전지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극히 적은 양이라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만약 일본 원자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국도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지구 한바퀴 아닌 북극 돌아 남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27일 북극을 타고 도는 방사성 물질의 새로운 이동경로를 제기했다. 일본에서 북동쪽에 있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지나 북극을 빠르게 한 바퀴 돈 뒤 러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했다는 설이다. 이 경로는 북극의 강한 찬바람을 탈 수 있어 편서풍을 타고 중위도를 도는 것보다 한반도에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날 크세논의 이동경로를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모델(HYSPLIT)’로 역추적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로를 따르면 18일 캄차카 반도, 22일 아이슬란드, 26일 중국 헤이룽장 성에서 발견된 방사성 물질의 이동이 설명된다.

또한 최근 찾아온 꽃샘추위도 방사성 물질의 이동과 관련됐을 수 있다. 꽃샘추위는 이른 봄 시베리아의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강해져 한반도에 찬 공기가 머물며 북서풍이 부는 현상이다. 이를 따라 방사성 물질이 남하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극을 타고 도는 경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내내 부는 편서풍과 달리 일본에서 북극으로 간 뒤 다시 한반도로 오는 바람의 경로는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방사성 물질은 조금씩 주변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2, 3곳에서만 측정된 자료로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은 “HYSPLIT로 분석하려면 더 많은 검출 지점과 시기가 필요하다”며 “이동경로를 확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기상청의 23일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는 이동경로는 두 가지였다. 지구를 도는 상층의 편서풍을 타고 미국과 유럽을 거쳐 한 바퀴 돌아 도달하는 길과 지상에 부는 바람을 따라 일본에서 직접 들어오는 경로였다. 편서풍을 타면 미국 하와이와 서부, 동부를 지난 뒤 유럽,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는 3주가량 소요돼 1주가량 후에나 우리나라에 들어와야 한다.

일본에서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직접 오는 경로도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적다. 기상청에 따르면 3월에는 주로 북서풍이 불기 때문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장순흥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도 “크세논은 가벼워서 대기의 확산을 통해 일본에서 직접 유입됐을 수 있지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크세논133 위험 거의 없어”


강원도에서 검출된 크세논은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만큼 요오드나 세슘 같은 방사성 물질이 추가로 검출될 수 있으니 정밀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럽 러시아 등에서 관측된 방사성 물질의 종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요오드131, 미국에서는 요오드, 세슘, 바륨, 크립톤 등이 검출됐다. 이들에 비하면 크세논133은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와도 쉽게 빠져나가 큰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서 교수는 “크세논이 검출됐다고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됐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며 “요오드나 세슘이 검출돼야 일본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을 측정하기 위해 일본에 체류 중인 정규환 원자력안전기술원 선임연구원도 “크세논은 한국 원전 주변에서도 정밀기계로 관측하면 가끔씩 극미량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은 18일 러시아 캄차카 관측소에서 관측된 뒤 미국,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중국에서 검출됐지만 이들 나라는 아직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인체에 유해할 정도의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검출된 크세논133도 우리나라 자연 방사선량 기준의 2만3000분의 1 수준이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크세논(제논) ::

크립톤과 함께 원전이 폭발했을 때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80%를 차지하는 비활성 기체다. 배출량은 많지만 대기 중에서 금세 흩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 큰 해를 끼치진 않는다. 원자번호는 54이며, 물에 녹지 않고 색과 향이 없는 게 특징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지만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대량 방출된다. 크세논의 비율을 측정하면 핵실험의 위치와 시기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은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때 특수정찰기 WC-135를 띄워 대기 중 크세논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크세논 23일 첫 검출하고도… 나흘뒤에야 발표 ‘은폐’ 논란 ▼
원자력안전기술원, 농도 짙어지자 뒤늦게 알려

국민이 방사성 물질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하는 상황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방사성 물질인 ‘크세논(Xe)133’을 23일 처음 검출하고도 4일 후인 27일에야 발표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KINS는 23일 강원도 방사능측정소에서 채취한 대기부유진(대기 중 먼지)에서 m³당 0.001Bq(베크렐)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즉시 발표하지 않았다. 25일 포집한 대기에서도 크세논133 검출 수치가 0.1Bq 이상 나왔지만 역시 알리지 않았다. KINS 측은 측정된 크세논133의 농도가 점점 증가하자 27일 저녁에야 공식 발표했다.

심지어 교육과학기술부가 24일 오전 10시까지 측정 결과를 분석해 25일 오후 6시경 발표한 ‘대기 중 방사능 분석 결과’ 자료에도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우리나라 방사능의 영향은 없다”는 내용만 있을 뿐 크세논133 등 방사성 물질 검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에 대해 노병환 KINS 방사선안전본부장은 “23, 24일에 측정한 수준이 계측장비 오차범위 내에 있어 더욱 정밀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25일 측정된 대기부터 농도가 짙어졌고 이 무렵부터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모델을 이용해 분석하기 시작했다”며 “확실한 검출 결과가 나온 27일에야 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 인체 영향 Q&A ▼
한반도 자연 방사선수준의 2만3000분의1 그쳐…
지상서 마실 확률 ‘0’… 흡입해도 쉽게 배출돼


○ 크세논이 인체에 위험한가?


우리나라에서 검출된 크세논의 공기 중 최대 농도는 0.878Bq(베크렐)/m³로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0.0065nSv(나노시버트)로 우리나라 자연 방사선 수준(시간당 평균 150nSv)의 약 2만3000분의 1 수준이다. 극히 미량이고 기체로 존재해 흩어지기 쉬워 전문가들은 인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표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크세논은 안정된 기체이기 때문에 화합물을 잘 형성하지 못해 몸으로 들어와도 쉽게 배출된다”고 말했다. 나성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제총괄실 책임연구원도 “가벼운 기체라 지상에 있는 사람이 마실 확률은 0에 가깝다”면서 “크세논은 기체여서 몸에 들어와도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 비가 오면 위험한가?


한반도 대기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 비를 만나면 땅으로 떨어져 인체나 토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크세논의 양은 너무 적어 비가 내려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나 책임연구원은 “비가 내리면 크세논이 지상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황사보다 적다”고 말했다.

○ 마스크를 써야 하나?


크세논은 작은 기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마스크를 껴도 인체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특수 필터가 있는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지만 시중에선 구할 수 없다.

○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검출 가능성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크세논이 검출될 여지는 없다. 노병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은 “북한의 핵실험을 측정할 수 있는 다른 장비에서는 크세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6년 10월 당시 과학기술부는 국내 대기에서 핵실험과 관련된 크세논이 검출돼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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