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 20년… 콜롬비아 코카 잎 재배 58%↓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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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압수량 세계최고… ‘유엔 감시대상’서 빠져

지구촌엔 그 어떤 대책도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몇 가지 골칫거리가 있다. 콜롬비아의 마약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마약조직들이 워낙 강력하고, 뿌리 깊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정부가 나서도 결국은 두 손 들고 말았다. 그러나 요즘 그 콜롬비아에서 ‘마약과의 전쟁’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칼’이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페드로 게레로. 무장병력 1200명을 앞세워 남미 콜롬비아 마약산업을 주물러 온 최대 마약조직 콜롬비아인민혁명반테러군(Erpac)의 우두머리다.

지난해 12월 25일 콜롬비아 동부의 한 목장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던 그는 정부 특수부대의 급습을 피해 도망치다 인근 강에 빠져 심장마비로 숨졌다. 당시 그의 체포 작전을 위해 정부는 대규모 특수부대 병력과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목장 반경 3km 밖에서부터 포위망을 좁혀 나갔다. 그의 은신처를 알려준 정보원에게는 250만 달러(약 22억 원)의 보상금도 줬다. 지난달에는 이 조직의 마약 유통망을 장악하고 기업들의 돈을 갈취해 조직의 재정을 책임져 온 핵심 조직원까지 체포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1990년대부터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마약과의 전쟁에 나섰다. ‘플랜 콜롬비아’라는 슬로건을 건 이 전쟁의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해 유엔 마약통제국(INCB)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코카인 재료인 코카 잎 재배가 58%나 줄었고 2009년에는 16만8000ha 규모의 코카 잎 경작지가 사라졌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약을 압수한 국가가 됐다.

최근에도 콜롬비아 군은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국경 인근에서 유리섬유로 만든 마약운반용 잠수함을 찾아냈다. 길이 18m, 너비 3m에 25명이 승선할 수 있는 이 잠수함은 6t의 마약을 운반할 수 있는 규모로 건조가 거의 끝나 프로펠러만 달면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군 관계자는 “1차로 중미로 운반한 마약을 다시 미국으로 운반하기 위해 건조한 잠수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INCB는 콜롬비아를 마약 특별감시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카밀로 우리베 INCB 위원은 BBC방송에 “콜롬비아는 마약 공급과 수요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가 기관과 사법 시스템을 강화해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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