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5~6등급에 해당하는 대형 사고로 발전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NES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관련 사고의 심각성 정도를 일반에게 편리하게 알리기 위해 도입한 분류 등급 체계이다.
사고의 정도에 따라 가장 경미한 1등급부터 가장 중대한 7등급까지 7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등급이 하나 높아질수록 대략 이전 등급보다 사고의 정도가 10배 더 심각한 것으로 간주된다.
단 지진 규모처럼 단순 수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해당 지역의 기관이 잠정적으로 INES 등급을 발표한 뒤, 사후 국가 기관에서 검토해 정확한 등급을 부여한다.
가장 심각한 7등급은 '대형 사고(Major Accident)'로, IAEA에 따르면 이는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로 인해, 인체 및 환경에 대한 광범위한 영향이 발생해 계획적·장기적인 대응 조치가 요구되는 경우'이다.
7등급에 해당하는 실제 사례는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유일하다.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노심의 방사성 물질이 대량 확산돼 사고 직후 56명이 사망하고 이후 수천 명 이상이 방사선 피폭에 따른 후유증으로 숨지는 등 역사상 최악의원자력 사고로 잘 알려져 있다.
6등급은 '심각한 사고(Serious Accident)'로, 이는 '방사성 물질의 상당한 유출로 인해, 계획적 대응 조치가 요구되는 경우'로 정의된다.
6등급 사례는 1957년 구 소련의 마야크 핵폐기물 재처리공장에서 일어난 이른바 '키시팀 사고'가 역시 유일하다.
당시 방사성 폐기물 저장고가 폭발해 퍼진 방사성 물질이 주변 수백㎞를 오염시켜 최소 200명 이상이 후유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의 철저한 은폐 조치로 인해 정확한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5등급은 '시설 외부 영향 사고(Accident with wider consequences)'로, 이는 '방사성 물질의 제한적인 유출로 일부 계획적 대응이 요구되며 방사선 피폭으로 수 명이 사망한 경우', 또는 '노심의 심각한 손상으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시설 내부에 유출되고 외부에도 상당량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가리킨다.
5등급 사고 사례는 지금까지 4건이 있었는데, 이 중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원자로가 부분적으로 노심 용해(meltdown)돼 방사성 물질이 일부 유출돼 주변 주민 10만 명 이상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으나 격납용기 덕분에 외부로 유출된 방사선 양은 미미한 수준에 그쳐 인명피해는 없었다.
4등급은 '시설 내부 영향 사고(Accident with local consequences)'로, 이는 방사성 물질이 소규모로 유출되고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또는 원자로 연료봉의 일부가 녹거나 손상돼 노심 내 물질의 0.1% 이하가 유출되고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시설 내부에서 유출된 경우 등을 가리킨다.
이 밑으로는 상당하지만 치명적인 해가 없는 정도의 방사선 피폭 등을 수반하는3등급 '심각한 사건(Serious Incident)', 연간 허용치 이상의 방사선 피폭 사고 등을 뜻하는 2등급 '사건(Incident)', 안전상의 사소한 문제인 1등급 '비정상(Anomaly)'으로 각각 분류된다.
이번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해 일본 원자력 당국인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는 지난 13일 스리마일 원전 사고보다 밑인 4등급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제1원전 원자로 1호기가 수소 폭발을 일으킨 상황까지만 반영된 것으로, 이후 3호기와 4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등급 상승이 확실시된다.
특히 15일 2호기에서 폭발이 일어나 격납용기가 손상됨에 따라 향후 노심 내 방사성 물질이 상당 규모로 외부 유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6등급 이상의 초대형 사고로 발전할지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는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 최소 5등급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6등급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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