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와 중앙정보국(CIA) 등이 8년 전 자신의 특허기술로 테러리스트를 잡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에게 속아 거액의 계약을 했다가 지금은 이 사실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됐다고 매일경제가 뉴욕타임스(NYT) 기사를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수개월 전 연방판사 2명으로부터 한 기술에 대한 보호명령을 받아냈다. 이 기술이 법정을 통해 외부로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내용이 법원의 증거 자료로 채택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을 잘 아는 사람들은 정부가 숨기려 한 것은 국가의 안위를 뒤흔들만한 기술이 아니라 데니스 몽고메리라는 사기꾼이 허위기술로 미국 관리들을 농락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도박 성향이 강한 생물의학 기술자 몽고메리(57)는 2003년 테러의 위협이 확산되는 가운데 백악관의 비밀 브리핑이나 저명한 공화당 의원의 지원, 뒷거래, 기상천외한 컴퓨터 기술 등이 등장하는 한편의 사기극을 연출했다.
NYT가 20여명의 전현직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몽고메리와 그 동료들은 당시 자신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알 카에다의 다음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관계자들을 기만해 2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어 정부 재정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기술은 지금까지의 판단 결과 허위인 것으로 보이며 CIA와 미 공군을 포함한 미국 정부 기관은 아직까지 이 사실을 발견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몽고메리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는 전 변호인 마이클 플린은 미국 정부가 그에게 사기당한 것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 그의 사업에 대한 정밀조사도 막아왔다고 지적했다.
플린은 "이번 사건이 밝혀지면 모든 관련 증거와 허위 테러경보, 미국 정부의 당혹감 등이 모두 공개될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가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 기술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기꾼들에게 수백만달러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몽고메리와 그의 현 변호인도 마찬가지다.
몽고메리는 현재 파산에 처해 캘리포니아주 팜 스프링스 교외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카지노에서 180만 달러 짜리 부도수표를 유통하려 한 혐의로 다음주 라스베이거스 법정에 설 예정이나 연방정부와의 잘못된 거래에 대해서는 혐의를 받고 있지 않으며 정부는 그에게 지급한 돈을 돌려받으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그가 특허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아랍 알자지라 방송 속에 숨어있는 테러계획을 파악할 수 있으며 미국 무인정찰기가 보내온 영상을 통해 테러리스트를 식별할 수 있고 적의 잠수함에서 나오는 소음도 탐지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소프트웨어의 잘못된 경보로 인해 지난 2003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오는 항공기들이 대서양 상공에서 회항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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