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만에 ‘쓰나미 산사태’… “호세프 첫 리더십 시험대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브라질 최악폭우 희생자 500명 넘어… 본격 구호땐 급증할 듯

모든 게 순식간이었다. 쏟아지는 폭우에 산비탈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13일 오전 3시 폭우와 진흙더미가 산허리에 자리 잡고 있던 빈민가를 덮쳤다. 잠옷 차림의 주민들은 피할 새도 없었다.

브라질 남동부를 휩쓴 사상 최악의 폭우 희생자가 14일 500명을 넘어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리우 주의 노바프리부르구와 테레조폴리스, 페트로폴리스 등 피해지역에서는 생후 2개월짜리 영아를 포함해 사망자가 506명으로 늘어났다. 수천 채의 가옥이 매몰됐고 이재민도 1만4000명에 이른다. 생존자와 구호 인력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통신 두절과 교통 마비 등으로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는 맨손으로 흙을 파내는 상황이다. 구호 활동이 본격화되면 사망자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번 폭우 피해가 브라질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자연재해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열대우림 지역에도 한 달 동안 내릴 강수량(약 260mm)이 하루 만에 쏟아졌다는 것. 살인적인 폭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는 산등성이에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던 불법 주거지들 때문에 더 커졌다.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에 “(산사태가)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고 전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거리마다 천에 싸인 시신이 즐비해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 의료진을 급파했지만 병원들은 넘쳐나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이다. 구호 요원들은 “식수와 식량, 의약품이 크게 부족하다”며 “전염병이 퍼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도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긴급 구호자금으로 4억7000만 달러를 지원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효율적인 피해 복구와 지원을 공언하며 대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취임 2주 만에 터진 이번 재해로 호세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열대우림 지역에서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배분된 예산이 부정부패 때문에 전용됐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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