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비서실장에 월가 출신 데일리 발탁…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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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욕했던 ‘살찐 고양이’를…

백악관의 최고 참모인 대통령비서실장에 월가 출신인 윌리엄 데일리 JP모건체이스 중서부 지역담당 회장(62)이 발탁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데일리 신임 비서실장을 대동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임명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윌리엄만큼 백악관 비서실장에 적합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며 “윌리엄은 누구보다도 국가를 깊이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7년간 은행의 고위급 임원으로 일한 대표적인 월가 출신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데일리 회장을 발탁한 것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껄끄러웠던 재계와 화해를 모색하는 동시에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데일리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까지만 해도 비난을 퍼부었던 월가 금융인 출신이다. 월가 보너스잔치를 겨냥해 월가 임원진을 ‘살찐 고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생각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인선이다. 하지만 그의 다양한 경력을 살펴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데일리 회장은 1970년대 지미 카터 행정부 이후 지금까지 정계와 재계를 넘나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았고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의회 비준을 진두지휘했으며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상무장관을 지냈다. 2008년 대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대신 동향인 시카고 출신의 오바마 후보를 지지해 대통령 선거후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는 민간 분야에서는 시카고 로펌 파트너와 월가 은행 경영자 및 보잉 이사회 멤버를 지낸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어 대표적인 친기업 및 시장친화적 인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새 비서실장에 발탁한 것은 무엇보다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을 끌어안고 가기 위해선 재계와의 화해가 불가피하고 대기업에도 신뢰감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경험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백악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사임한 래리 서머스 후임에는 진 스펄링 재무장관 자문관이 발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펄링 자문관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금융규제 완화 작업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인물로 월가와 아주 가까운 관계다. 여기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각종 금융규제 정책을 입안한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도 조만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기업 중도성향의 새 비서실장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재계 및 공화당과 소통을 강화하고 야당과의 상생정치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에 지나치게 치우친 국정운영 기조를 중도실용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중립 성향의 부동층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와 공화당 중도층을 끌어안아 2012년 재선 가도를 달리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플랜이 성공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월가에서는 이번 인선을 반기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내 진보성향 의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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