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외교? 최악상황 지금부터!… 오바마, 공화당과 정치생명 건 ‘입법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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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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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레임덕 세션 시작

열흘간의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14일 오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복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냉정하다 못해 싸늘하게까지 느껴진다. 중간선거 참패의 충격을 벗어날 정치적 활력소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 앞에 지도력이 약해지는 무기력한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돌아왔다는 평가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아시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경험했던 최악의 날은 워싱턴의 정치현실과 비교하면 차라리 최고의 나날들이었다고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15일 시작되는 이른바 ‘레임덕 세션’에서 한층 강화된 공화당과 치러야 할 입법전쟁을 염두에 둔 말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할 처지로 전락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관계도 재설정 버튼을 눌러야 할 상황이다.

레임덕 세션 최대의 쟁점은 부유층 감세 문제와 정부 재정지출 삭감문제다. 12월 31일로 종료되는 감세조치 연장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은 반드시 연장해야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감세는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실시한 감세조치를 연간 개인 소득 20만 달러 또는 부부 합산 25만 달러 이하 소득계층에 한해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차기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모든 계층에 대한 (영구적) 감세조치 연장이야말로 경제난 속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며 “이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8일로 예정된 의회 지도자들과의 백악관 초청 만찬에서 극적인 타협에 이르지 않을 경우 감세논쟁은 치열한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9월 말로 종료된 미국의 2010회계연도에서 1조2940억 달러로 집계된 재정적자 문제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2011년 역시 1조4200억 달러에 이르는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공화당은 작은 정부의 출발점은 재정 운영의 건전성 확보와 세금 감면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오바마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국내 정치적 패배는 물론이고 국제 정치에서의 위상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백악관의 참모진은 신속히 피해관리 모드로 진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참모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기간 중 2주간의 대책회의 끝에 이번 선거 패배는 단순한 대국민 메시지 전달의 실패나 집권당의 중간선거 패배라는 역사적 반복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미국 사람들이 등을 돌린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제시했던 희망과 변화라는 두 가지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 대한 심각한 불만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레임덕 세션 ::

새로운 의회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안건 처리를 위해 소집된 기존 의회의 마지막 회기를 뜻한다. 선거를 치른 11월 2일과 내년 새 의회 출범일인 1월 3일 사이에 언제든 열 수 있는데 올해는 15일에 소집돼 12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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