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 모스크? 짓든지 말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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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무슬림들 무관심… “9·11 상처 덧날라” 걱정도

9·11테러 장소인 미국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세우는 계획에 대해 중동의 무슬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 입장을 나타냈고 찬반 시위대 수백 명이 맨해튼 거리에서 대치하는 등 미국 전역이 떠들썩하지만 정작 중동지역의 무슬림 국가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3일 분위기를 전했다.

AP에 따르면 중동의 무슬림 대부분은 한마디로 이번 상황에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불필요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모스크 건립을 둘러싼 미국인들 사이의 거친 대립에서 이슬람교가 어떻게 비치는지, 이런 상황의 저변에 깔린 미국 내 이슬람 혐오주의의 근원은 무엇인지 같은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기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심지어 뉴욕에 모스크를 세우려는 계획이 과연 밀어붙일 가치가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조차 ‘말을 아낀다’고 AP는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칼럼니스트 압델 라흐만 라시드 씨는 현지 신문에 아예 “무슬림들은 뉴욕의 모스크 건립에 관심이 없다”고 썼다.

일부 무슬림 지식인들은 미국 내 대립이 미국인들의 정치적 가식이며 오히려 9·11테러로 입은 상처를 부각하려는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스펙터클’이라고까지 못 박는다. 미국인들이 ‘모스크 소동’을 통해 이란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부당한 봉쇄 등 중요한 중동문제에 모이는 관심을 흐트러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스크 소동이 결코 이슬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수니파 이슬람 고등 연구기관인 알아자르의 교수들은 이집트 일간지에 “모스크 소동으로 9·11이 자꾸 떠오르면 이슬람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나빠질 것이므로) 심각한 타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다. 중동 미디어들과 온라인 토론방에는 “모스크 건립 계획을 지지한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인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라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모스크 건립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다. 이집트이슬람학자연합 관계자는 “(모스크 건립에 대해) 무관심이 팽배해 있다”며 무슬림 세계의 지원을 호소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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