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첫 원전 35년만에 완공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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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제재서 빠진 민수용 “연료 조달위해 농축 계속”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강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란의 첫 원자력발전소가 21일 연료를 장전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날 “이란 원자력기구가 정부 고위급 인사와 원전 건설회사인 러시아 로스아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료장전식을 갖고 부셰르 원전 가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서남쪽으로 1200km 떨어진 곳인 부셰르 지역에 위치한 이 원전은 1000MW급 가압경수로형 원전이다. 연료장전 작업은 163개의 연료봉(82t)을 원자로 안에 장전하는 방식으로 열흘 정도 걸리며 이르면 10월 말에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이란 당국은 내다봤다.

1975년 1월 친미 성향의 팔레비 정권 아래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공사를 시작한 부셰르 원전에는 총공사비 10억 달러가 투입됐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혁명과 1980년 이란-이라크전쟁이 겹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가 1995년 이후 러시아의 지원으로 공사가 재개돼 이번에 완공됐다. 당초 건설회사도 독일의 지멘스였으나 나중에 러시아의 로스아톰으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착공 35년 만에 완공된 것이다.

부셰르 원전은 민수용 목적이어서 6월 유엔의 제4차 대(對)이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란과 핵연료 공급계약을 맺은 러시아는 핵연료 선적과 운송, 사용 후 핵연료 반환에 이르기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을 준수해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란은 원전 가동에 필요한 연료의 장기적인 조달을 위해 우라늄 농축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미국 등 서방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농축우라늄은 원전 핵연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가공을 통해 농축도가 90% 이상일 경우 핵무기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나탄즈 핵시설에 이어 콤 지역에도 제2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이란은 추가로 10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미국은 부셰르 원전 가동이 핵 확산과 관련된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부셰르 원전에 대한 러시아의 핵연료 공급은 이란이 독자적으로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1일 이란 일간지 ‘알 샤르크’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공격을 받을 경우 우리의 옵션은 한계가 없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등 몇몇 국가가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의 대응은 공격한 국가가 고통스러울 만큼 매우 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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