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원유도 제재대상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7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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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당초 '10월1일'로 예정됐던 이란제재법의 구체지침 발표 시기를 16일(현지 시간)로 한달 보름이나 앞당기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이란 변수'가 발등의 불이 됐다.

경제부처 당국자들은 그동안 "한국 정부의 작은 움직임도 미국이나 이란 양측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함구령'을 내리고 시간을 벌어왔지만 결단의 시간이 임박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미동맹 관계와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 등을 감안할 때 이란 제재 동참이 불가피하지만 그에 따라 예상되는 이란의 경제적 보복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느냐의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온 금융감독원은 이날 미국의 이란제재법 시행세칙이 예상보다 빨리 발표되자 이란과 거래 관계에 있는 국내은행들에 미치는 영향과 이 지점에 대한 제재 수위 등을 집중 검토했다. 금감원은 6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정기검사를 벌인 뒤 현재 검사 결과를 분석 중이다. 당초 금감원은 미국의 이란 제재 구체지침이 10월에 나오면 그 내용을 검토해 제재수위를 내놓을 방침이었으나 이날 발표 때문에 제재 관련 결정 또한 앞당길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에선 제재 수위의 문제일 뿐, 핵 확산 자금거래 관련 의혹의 본거지로 떠오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금감원의 징계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영업점 폐쇄 △영업 인가 취소 △영업 정지 등이다. 금감원 당국자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자금세탁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현행법에 따라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과 교역이 많은 정유업계는 정부의 이란 제재 동참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유는 제재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어져 국제 유가가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 비중은 9~10%에 달한다. 국내 4개 정유사 가운데 이란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곳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2곳. 원유 수입은 주로 1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이뤄지지 때문에 업계는 당장 이란 원유 수입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대금 결제가 막힌 것이 문제다. SK에너지는 미쓰비시은행을 통해 엔화로 대금을 결제하고 있지만 금융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다른 통로를 찾고 있다. 외환은행을 통해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에 달러로 대금을 결제해온 현대오일뱅크는 7월 초 인도분까지만 결제가 이뤄졌다.

금융 제재 여파로 이란과의 수출입이 급감할 경우 상사나 해운업체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란과 교역하는 업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2142곳에 이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란과의 교역물량이 지난해 6억 달러, 올 상반기에만 5억 달러였는데 현재 선적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대형 석유화학업체들은 10일을 전후해 대 이란 거래를 중단했다. 지식경제부는 자동차와 전자, 첨단 정보기술(IT)기기 등 이란에 수출을 많이 해 온 업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찾고 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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