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까지 반발… 간 총리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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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3일 03시 00분


국가전략실 축소-예산편성 이견
당내외 비판에 대미 관계도 삐걱

7·11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사진)가 여당과 야당, 미국 등 안팎의 시련에 시달리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한동안 조용하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주 측근들에게 “간 총리가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21일엔 “총리는 정보가 많은데도 선거에서 오판을 했다.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소비세를 올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간 총리가 여론을 잘못 읽고 소비세 인상을 주장하는 바람에 선거에서 졌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최근 간 총리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간 총리의 맹우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참의원 선거 패배를 거론하면서 “이럴 줄 알았더라면 총리 직에서 괜히 물러났다. 간 총리가 나 때문에 졌다고 하는데, 사과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정치인생을 건 ‘사퇴 결단’이 간 총리의 선거 패배로 빛이 바랬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이나 국가전략실 강화 등 하토야마 내각의 주요 방침이 간 내각에서 하나하나 폐기되는 것도 못마땅하다.

내각에서도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간 총리의 6월 당대표 선거 승리에 큰 역할을 했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국가전략실 축소에 대해 “이게 무슨 정치 주도냐. 공약을 번복했으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라”라며 총리를 겨냥했다. 예산 편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농림수산상과 문부과학상이 총리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위기일수록 총리를 떠받쳐야 할 내각에서조차 비판론이 번지는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간 총리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9월 민주당 대표 선거 때 간 총리와 권력 쟁탈전을 준비하고 있는 오자와 그룹에 비(非)오자와 그룹 일부가 가세한다면 간 총리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과 ‘모두의 당’ 등 야당은 민주당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면서 비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공동여당인 국민신당조차 야당인 사민당과 손을 잡기 위해 안달이다.

미일관계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미국은 당초 간 내각 출범에 호의적이었으나, 일본이 후텐마(普天間) 세부사항 결정 시한을 8월에서 더 미루려 하자 비판적으로 돌아설 태세다. 하토야마 내각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일본에선 “미국이 한국과 외교·국방장관의 ‘2+2회담’으로 찰떡궁합을 과시하면서도 일본에는 들르지도 않는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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