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 ‘잃어버린 고리’ 풀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195만년前 유골화석 남아공서 발견
원인-초기 현생인류 특징 모두 갖춰

2008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북서쪽에 있는 스테르크폰테인 유적지 말라파 동굴 근처를 뛰놀던 아홉 살 소년 매슈 버거가 소리쳤다. “아빠, 제가 화석을 발견했어요.” 이 화석은 아주 오래된 ‘사람과(科)’의 영장류 쇄골(빗장뼈)이었다. 화석이 발견된 동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류의 요람’ 지역에 속한다. 아홉 살 소년의 외침은 인류 진화의 ‘숨은 고리’일지도 모르는 발견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발굴 작업을 해오던 매슈의 아버지 리 버거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교수(고인류학자)는 아들이 발견한 화석을 포함해 이듬해 3월까지 10∼11세 소년의 해골 및 유골, 30대 전후반 여성의 유골을 발굴하고 이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세디바’(세디바)라고 명명했다. 9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버거 교수의 세디바 연구 논문이 발표되자 세계 학계가 흥분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했다. 세디바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원인(猿人)에서 ‘사람속(屬·호모)’으로의 진화를 규명할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를 타며 생활하던 인류가 언제 땅으로 내려와 생활했는지는 화석 연구로도 풀지 못한 숙제다. 그런데 남아공 원주민 말로 ‘원천’이라는 뜻을 가진 세디바는 초기 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초기 현생인류 호모하빌리스의 특징을 갖췄다고 버거 교수는 보고 있다. 현생인류처럼 긴 다리로 곧게 서서 다니면서도, 원인처럼 땅에 닿을 듯한 긴 팔과 작은 발로 나무를 잘 타고 다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뇌 용량도 현생인류보다 작았다. 세디바는 약 178만∼195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초기 현생인류가 공존하던 시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 애리조나대 인류기원연구소 윌리엄 킴벨 소장은 “(세디바) 화석은 초기 호모의 한 부류에 지나지 않는다”며 ‘숨은 고리’ 가능성을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인류 화석의 발견이 인류 계보에 질서를 가져올지 혼란을 가져올지는 반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