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단련 “정치헌금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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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과의 정경유착 반세기만에 끝날 듯

일본 최대의 재계단체인 경단련(經團連)이 24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올해부터 기업의 정치헌금 모금 및 분배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이는 1955년 ‘자민당 체제’가 확립된 이후 반세기 이상 지속돼 온 경단련-자민당 간의 정경유착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의미가 있다.

우리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해당하는 경단련은 그동안 가맹 기업과 단체에 정치헌금 액수를 할당하고 모금 및 분배까지 담당하는 등 정치와 돈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임해왔다. 한때 연간 100억 엔을 넘었던 경단련 주도 정치헌금은 1993년 비(非)자민당 연립정권이 출범하면서 정경유착이라는 비판을 받고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일본 정치를 주름잡던 가네마루 신(金丸信) 자민당 부총재의 몰락을 부른 유통기업 사가와규빈(佐川急便) 뇌물사건이 계기였다.

그러나 2004년 경단련은 기업의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내걸고 정치헌금 모금활동을 재개했다. 이때부터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정책평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경단련이 요구하는 정책과 각 정당이 내건 정책을 A∼E등급 5단계로 비교 평가한 후 이를 기준으로 정치헌금 액수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명분일 뿐 사실상 ‘자민당 몰아주기’와 다름없었다. 2008년의 경우 자민당엔 26억9900만 엔을 몰아준 반면 민주당엔 25분의 1에 불과한 1억900만 엔만 지원했다. 이는 극단적으로 말해 경단련이 돈을 주고 유리한 정책을 사는 것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집권당에 정치자금을 대주는 대가로 경제정책을 입맛대로 좌우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연히 경단련의 이런 정치헌금 행태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민주당 정권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핵심 자문기구인 행정쇄신회의의 민간위원에 경단련 회장을 배제하는 등 정책결정 과정에서 경단련을 배제했다. 자민당 정권 시절 각종 자문위원회에서 어김없이 핵심 역할을 해온 경단련엔 충격이었다. 새 정권과 끈끈한 인맥을 쌓아야 하는 경단련으로선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경단련은 앞으로 조직 차원에서 정치헌금에 관여하지 않되 기업이나 단체가 자율적으로 개인헌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정권이 기업의 정치헌금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방향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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