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폭설 ‘스노마겟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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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열차·버스 스톱…병원 대란…휴교…사재기
美동부 최고 92cm 폭설…워싱턴 도심기능 마비

미국 워싱턴을 포함한 동부 해안 일대에 5일 밤(현지 시간)부터 6일 오후까지 대규모 폭설이 내리면서 워싱턴의 도심 기능이 마비되는 등 일대 혼란을 빚고 있다. 폭설로 전신주와 나무가 잇따라 쓰러지면서 워싱턴과 버지니아 주 일대에서 6일 21만8000가구가 정전됐다. 이 가운데 14만 가구는 이날 밤늦게까지 정전이 이어져 많은 사람이 어둠 속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다.

미 국립기상청은 토요일 밤까지 웨스트버지니아 주에 3피트(약 91.5cm)에 이르는 폭설이 내렸고 워싱턴과 가까운 볼티모어에서는 토요일 오후 7시까지 28인치(71.1cm)의 눈이 내려 2003년 2월 26.6인치(67.6cm)의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청은 또 6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워싱턴 레이건 국제공항에 내린 눈이 17.8인치(45.2cm)로 1922년 28인치(71.1cm), 1899년 20.5인치(52.1cm), 1979년 18.7인치(47.5cm)에 이어 사상 4번째로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동안 폭설이 이어지면서 워싱턴 인근의 덜레스, 레이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이착륙이 금지돼 대부분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또 워싱턴 전철인 ‘메트로’는 지하구간을 제외하고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시내버스 운행도 모두 멈췄다. 국영철도인 ‘암트랙’도 워싱턴∼뉴욕 구간을 비롯해 다수 구간에서 운행이 취소됐다.

정전사태로 전기와 가스공급이 중단되면서 추위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눈길을 무릅쓰고 집을 빠져나와 인근 호텔에 몰려드는 등 비상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는 주민대피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5일 버지니아 주에서는 눈길 충돌사고를 수습하던 부자(父子)가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덜레스 국제공항의 격납고 지붕 귀퉁이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안에 있던 비행기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초중고교는 5일부터 휴교에 들어갔으며 비상식량을 사려는 사람들이 쇼핑몰에 몰리면서 일대 혼란을 빚었다. 음식료품과 제설(除雪)용품은 일찌감치 동나기도 했다. 교회와 성당에서는 주말 예배와 미사를 대부분 취소했다.

응급환자를 돌볼 병원 역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워싱턴의 한 병원은 눈을 치우던 제설트럭에서 발생한 불이 옮아 붙어 환자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상당수 종합병원은 교통사고 부상자가 갈수록 몰려들고 있지만 눈길에 갇힌 의사와 간호사들이 제때 출근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인근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대회장에 참석하기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이동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폭설을 ‘스노마겟돈(snowmageddon)’이라고 표현했다. 눈과 아마겟돈(선과 악이 대결하는 최후의 싸움)을 합쳐 기록적인 폭설과의 투쟁을 비유한 것이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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