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식당 이대론 다 망한다… 고급화 변신이 살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한식세계화’ 간담회 위기감 토로
맛-메뉴 현지화 노력 부족 주원인
정부 “식당100곳 선정 컨설팅지원”

“이대로 있으면 다 망합니다. 한식도 이제는 고급화해 브랜드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도쿄 미나토(港) 구 민단 중앙본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열린 한식 세계화를 위한 간담회장. 일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들의 한결같은 하소연 속에서 위기감이 배어났다. 20년째 시부야(澁谷)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재일교포 하귀명 씨는 “이탈리아나 태국 음식은 일본 내에서 약진하고 있지만 한식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가 예상인원의 두 배를 넘긴 200여 명이 몰린 것도 절박한 상황 탓으로 보였다.

○ 일본 주류문화에서 비켜선 한식

“오쿠보(大久保)에 가자.”

도쿄에서는 한국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신주쿠(新宿) 오쿠보 거리에만 한국 음식점과 식품점 등이 380여 개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자장면에서부터 떡볶이, 삼계탕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이기도 한 오쿠보에 대한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좁고 지저분한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음식점들은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점잖지 못한 선술집 같은 분위기이다 보니 온 가족이 외식을 하는 장소로도 적당치 않다. 손님도 대부분 한국인이고 일본인이라고 해야 20, 30대가 주축이다. 이곳에서 6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옥제 사장은 “한국 음식이 연령별 소득별로 편중화돼 일본 사회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의 지난해 6월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한식을 선호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맛과 메뉴의 현지화 부족’(62.9%)과 함께 ‘품질 대비 높은 가격’(12.6%)을 꼽고 있다. 한국 음식에 대한 홍보와 현지화 노력이 부족한 것이 1차적인 원인이지만 비싼 돈을 지불하고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도쿄에서 막걸리 제조유통업을 하는 이창호 사장은 “20년 동안 메뉴판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화석화된 음식’을 팔고 있는 한식당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 한식 세계화 위해 정부가 먼저

그러나 일본 내에서 한식 선호도(249점·1000점 만점)가 이탈리아 음식(758점) 중국 음식(412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는 것은 한식의 성장 잠재성을 잘 보여준다. 대장금과 같은 한국 드라마 덕분에 한식에 대한 인지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잠재력을 가진 한식을 어떻게 세계적인 상품으로 엮어내느냐는 것.

농림수산식품부 민승규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식당에 대한 컨설팅과 정기적인 요리교육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한식의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나 메뉴판 개선 등과 같은 종합 컨설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100곳을 선정해 컨설팅 비용으로 점당 최대 2500만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또 대대적인 요리교육을 통해 주방인력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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