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심각성 일깨우려…” 2만5000km 자전거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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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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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자전거로 13개월 전 호주의 브리즈번을 출발해 2만5000km를 달려 6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한 킴 응우옌 씨. 코펜하겐=송평인 특파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자전거로 13개월 전 호주의 브리즈번을 출발해 2만5000km를 달려 6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한 킴 응우옌 씨. 코펜하겐=송평인 특파원
베트남계 호주인 킴 응우옌 씨(28). 그는 자전거를 타고 호주 브리즈번에서 출발해 13개월간 2만5000km를 달려 6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들어왔다. 코펜하겐이 목적지가 된 것은 유엔기후회의의 호주 대표단을 만나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전하기 위해서다.

영국과 호주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그는 “실제 세상에서 지구온난화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 지난해 10월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텐트 침낭 옷가지 등을 최대한 간략히 꾸려 자전거에 싣고 혼자 출발했다. 브리즈번에서 다윈까지 간 후 거기에서 배를 타고 동티모르로 이동해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을 거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유라시아 대륙에 발을 디뎠다. 이후 태국 라오스 중국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을 거쳐 덴마크로 들어왔다.

그는 “무엇보다 아시아 지역에 미친 지구온난화 피해에 대해 느낀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가 그랬다. 그곳 농부들은 최근 2년간 비가 제때 오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중국 베이징 북부의 만리장성 근처도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건조해졌는데 주민들 얘기로는 40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건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주일에 평균 3∼4일, 하루 5∼6시간을 달렸다. 가장 어려웠던 구간은 몽골에서 고비사막을 지날 때였다. 이틀 동안 엄청난 모래 바람에 시달렸고 자전거가 모래에 빠지고 돌에 치이면서 제대로 달릴 수도 없었다.

그가 자전거 여행을 하며 인터넷 카페에 들러 글을 올리는 그의 홈페이지 ‘라이드 플래닛 어스(Ride Planet Earth)’를 보고 뜻에 동감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같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그에게 힘이 돼줬다. 그루지야에서 만난 리처드 킴벌리 씨는 코펜하겐까지 그와 동행했다. 마지막 코펜하겐 구간에서도 60여 명이 같이 달렸다.

환영회가 열린 코펜하겐 시내 컴투게더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떤 사람이 호주에서 덴마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면 누구나 자기 집에서 직장까지, 친구 집까지, 인근 마을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코펜하겐=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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