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규진]4월 전 北대화 재개 ‘올인’… 韓美 간 공감대는 있나

  • 동아일보

신규진 정치부 기자
신규진 정치부 기자
새해 들어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지켜보자면 한반도 이해당사국 중 우리만 나 홀로 고군분투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변국 외교로 북한과의 대화를 추동하려는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에 정부가 연초부터 드라이브를 거는 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까지 남은 석 달을 소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1월 방중을 추진하면서 4월 전 북한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만 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일단 비핵화는 제쳐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 대북 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전 의제 조율 과정부터 중국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안보실장이 한반도 문제를 방중 성과 브리핑 마지막에 언급한 것도 이번 회담이 기대만큼 중국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제안했다. 서울과 평양, 베이징을 잇는 철도 구상이나 원산갈마 관광지구를 활용한 3국 관광 등이 그것이다. 중국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으로 요약된다. 북한 스스로 대화에 나설 준비나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 시점 북한과 가장 가까운 러시아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에선 한-러 관계 복원 방식과 시점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밑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유럽에 대한 K방산 수출이 중요해지면서 정부가 유럽의 최대 안보 위협인 러시아를 북한 견인에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북-일 채널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상황이 낫지만 북한 견인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는진 의문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한미의 온도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 지원하려는 미국이 4월 전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있다면 우리만큼 절박한지 그 의중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언급은 지난해 10월 방한 이후 자취를 감췄고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엔 북한 문제가 빠졌다. 대북 정책을 공조하겠다던 한미 협의체는 팩트시트 후속 협의로 대체된 뒤 감감무소식이다. 한미 소통 핵심 축이 돼야 할 주한 미국대사 공석도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가 선제적 유화책으로 고민 중인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이나 3월 한미 연합훈련 축소·유예 카드는 충분한 사전 소통이 없을 경우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비화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직전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수도 있지만 현재 한미가 북한을 견인하는 시점과 방식에 대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스메이커’는 가만히 있는데 페이스메이커만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의 노력을 “청탁질” “개꿈”으로 비아냥거리는 북한을 앞에 두고 우리만 나 홀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 관계#한반도 평화#대북 정책#비핵화#중국 역할#한미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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