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홍보 비디오는 거짓말… 우리가 속았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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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원이 밝힌 알카에다 실상

1000달러씩 내고 사격연습도 못해

9·11테러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 조직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1일 체포된 서유럽 출신 알카에다 대원에 대한 정보기관 조사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국적의 아랍계 이민자 출신 청년 6명은 지난해 ‘지하드(성전·聖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알카에다 조직원과 접촉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접한 알카에다 홍보 비디오에서 수백 명의 무자헤딘 전사들이 공격 훈련을 받는 장면과 빈 라덴의 격정적인 연설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터키를 거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지대인 북 와지리스탄에 도착했다. 그러나 꿈은 바로 깨졌다.

울퉁불퉁한 바위산에 몇 달간 머무르면서 이들이 받은 훈련이라곤 소형무기 다루는 법과 체력 훈련, 종교 강의밖에 없었다. 실제 총을 쏘거나 폭탄을 제조하는 실습도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이들은 무기와 군복, 숙식을 제공받기 위해 1000달러를 내야 했다. 이들은 시리아 출신 요원에게 “우리는 속았다, 비디오는 거짓말”이라고 불평을 털어놨다.

결국 이들은 대부분 병들고 환상이 깨져 유럽으로 돌아온 후 체포됐다. 알카에다 조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이들에 대한 조사보고서는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알카에다는 주요 지도자들이 잇따라 체포되거나 사살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조직이 크게 축소됐다. 반면 알제리, 소말리아, 예멘,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소규모 무장테러 조직과 연계해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가디언지는 “알카에다가 분산된 국제 테러조직으로 변모해 나가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군인이 희생당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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