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의 ‘쓰러지는 병사’ 조작 논란 재연

  • 입력 2009년 8월 19일 14시 07분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군 병사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포착한 전설적인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1913-1954)의 사진 '쓰러지는 병사(Falling Soldier)'는 전쟁 사진의 고전이다.

그러나 이 사진은 지난 수십년 간 끊임없는 조작 논란에 시달려왔으며 최근 스페인의 한 학자가 이 사진이 연출된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1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스페인 파이스 바스코 대학의 호세 마누엘 수스페레기 교수(언론학)는 저서 '사진의 그늘'에서 이 사진이 촬영된 장소가 당시 전투가 벌어진 곳이 아니라며 사진이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진은 코르도바 북쪽의 세로 무리아노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사진이 찍힌 곳은 세로 무리아노에서 55㎞ 떨어진 어느 마을이며 사진이 촬영됐을 무렵 이 마을은 전투 지역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수스페레기 교수는 이 사진과 연달아 찍힌 다른 사진들에서 원거리에 산맥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이 사진들을 코르도바 지역 역사학자들과 도서관 등에 이메일로 보내 사진에 찍힌 장소가 어디인지 문의했다. 그 결과 문제의 사진이 에스페호라는 마을에서 찍힌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바르셀로나의 '엘 페리오디코 데 카탈루냐' 신문이 현지에 기자들을 보내 사진을 찍은 결과 스카이라인이 카파의 사진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것.

수스페레기 교수는 또 카파의 사진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세로 무리아노는 숲으로 우거진 지역이라며 사진이 보여주는 언덕 지대와는 판이하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역사학자들은 에스페호에서 1936년 9월 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카파가 이곳을 지나간 9월 초만 해도 공습은 있었지만 총격전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수스페레기 교수는 카파의 사진이 치열한 전투가 아닌 기동 훈련 중에 저격수에 사살된 병사를 촬영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공화군과 프랑코군이 멀리 떨어져 있었고 사격이 정확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카파의 사진에 찍힌 병사로 잠정 확인된 페데리코 보렐에 관해서도 당시 어느 무정부주의 잡지에 실린 글을 인용, 보렐은 나무 뒤에 숨어 사격하다 사살된 사람이라며 사진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카파가 여러 인터뷰에서 사진에 찍힌 병사가 저격수가 아니라 기관총에 사살됐다고 말하거나 촬영 지점이나 기법 등에 대해 상충하는 발언을 한 점도 의심이 가는 대목으로 지적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국립 박물관에서 카파의 사진 약 300점이 전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자 앙헬레스 곤잘레스-신데 스페인문화장관은 "예술은 항상 조작이며 카메라를 어느 한 방향으로 잡는 순간부터 그러하다"고 대응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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