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질문 비켜갔어야…” 클린턴 자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국익보다 私見피력 우려”
아프리카 7개국 순방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한 대학생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발끈했다가 때 아닌 국무장관 자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10일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에서 열린 공개포럼에서 한 대학생이 프랑스어로 한 질문을 통역이 ‘미스터 클린턴’의 견해를 묻는다는 식으로 질문을 하자 대뜸 “(미국의) 국무장관은 남편이 아닌 나”라며 화를 낸 것. 클린턴 장관은 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AP통신은 12일 “질문한 학생은 당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가 궁금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통역의 잘못인지 질문자의 잘못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쨌든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가지고 미국의 국무장관이 대학생에게 화를 낸 것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의 폭스뉴스는 여러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외교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새들러 미국외교정책협회(AFPC) 선임연구위원은 “잘못된 통역 때문에 콩고민주공 학생이 (클린턴 장관을) 화나게 했는데 이런 (사소한) 경우(조차) 외교적으로 우아하게 비켜 갈 수 없다면 좀 더 중요한 이슈가 나왔을 때 국가의 이익보다 개인 견해를 피력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 나가 청중에게 개인 견해를 피력하는 국무장관이 ‘위대한 국무장관’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레이 월서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외교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폭스뉴스는 △클린턴 장관이 강행군으로 지쳐 있었고 △남편의 성공적인 북한 방문 소식으로 자신의 아프리카 순방이 빛을 잃었으며 △성폭행 문제 같은 여성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남성의 견해를 물었다는 점 등으로 “상황의 희생자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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