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중의원 해산… 내달30일 총선”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13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다음 달 30일 총선 실시를 알리는 호외가 배포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13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다음 달 30일 총선 실시를 알리는 호외가 배포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구리시타 젠코
구리시타 젠코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집권여당의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13일 기자회견에 앞서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집권여당의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13일 기자회견에 앞서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도쿄 한복판의 참패… 자민 대혼란

일본 정치의 변화 바람은 도쿄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지요다(千代田) 구에서 거세게 불었다. 지요다 구는 도쿄의 한복판에 위치한 데다 일왕과 국회의사당이 있는 선거구여서 서울의 종로구와 여의도를 합친 상징성을 띠고 있다. 때문에 이곳의 승패는 단순히 ‘1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6세의 회사원이던 구리시타 젠코(栗下善行) 민주당 후보가 3주 전 다른 곳도 아닌 지요다에 도전장을 내밀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 그를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상대는 도쿄도의원 6선으로 웬만한 국회의원 못지않은 지명도와 영향력을 가진 백전노장 우치다 시게루(內田茂·70) 자민당 도쿄도당 간사장. 도쿄도의회 의장도 지낸 그는 자민당 간부가 총출동해 조직표를 가동했고 지역 내 각종 업계와 단체의 일방적 지원을 받았지만 ‘바꿔 열풍’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구리시타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녹색 넥타이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구태 정치를 바꿔야 한다. 지요다 구가 정권 교체의 선봉이 돼야 한다”며 변화를 호소했다.

2일 도쿄도의원 선거 개표 결과는 9872표 대 9696표. 176표 차이로 자민당은 1959년부터 50년간 지켜온 아성 지요다를 민주당에 내주었다. 구리시타 후보는 이날 오후 10시경 당선이 확정되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믿을 수 없다”며 “이제 도쿄와 일본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미국 테네시주립대를 졸업한 유학파다.

민주당은 구리시타 후보의 선전을 바탕으로 이번 도쿄도의원 선거 당선자 54명 중 정치신인만 22명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은 “정권 교체의 강풍이 정치 1번지에서 불기 시작했다”며 총선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13일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공명당 대표와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자민당 간사장 등이 참석한 연립여당 간부회의에서 “당의 분열상이 도쿄도의원 선거에 나쁜 영향을 끼쳐 당 총재로서 죄송하다”며 “다음 주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30일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달 21일경 중의원 해산, 다음 달 30일 총선이라는 향후 정치 일정이 명확해짐에 따라 일본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총선 정국으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의원 선거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우정민영화 추진을 명분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치러졌던 2005년 9월 이후 4년 만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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